재단 출연도 '뇌물'… 삼성 다음 특검 '칼날' 어디로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7.01.16 14:40
글자크기

SK·롯데·CJ로 수사 확대… '특별사면 청탁' 중점 수사 "입건 범위 최소화할 예정"

박영수 특별검사팀 현판/사진=뉴스1박영수 특별검사팀 현판/사진=뉴스1


부동의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의 오너가 구속될 위기에 놓이면서 SK·롯데·CJ그룹 등 특검 수사를 앞둔 다른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외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을 거듭 밝혔다. SK그룹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뇌물공여 혐의를 적시했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은 대가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430억원을 지원한 혐의다. 이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도 뇌물로 봤다.



이에 따라 두 재단에 돈을 낸 53개 대기업에도 동일하게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을 포함, 53개 기업이 출연한 돈은 모두 774억원이다 .

이에 대해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의 경우 두 재단 출연금을 전부 뇌물공여액으로 의율했고 다른 기업에 대해선 조사 결과에 따라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처리할 것"이라며 "특검 수사 범위에 한정해 입건 범위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대가로 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바랐다면 SK·CJ그룹으로선 오너의 사면을 요구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은 2015년 8월과 지난해 8월 각각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사면이 확정되기 이전 두 기업 임원은 수감된 총수를 대신해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 시기를 전후해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204억원) 다음으로 많은 111억원을, CJ는 13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특검팀은 이를 '대가에 따른 지원'으로 보고 있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K스포츠재단은 이듬해 1월 각각 설립됐다. SK는 이후 80억원을 추가로 출연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 CJ는 이와 별개로 차은택씨가 주도했던 K컬처밸리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두 기업이 사면을 미리 약속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이미 드러났다. 지난 13일 법정에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사면 발표 이틀을 앞둔 2015년 8월13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하늘 같은 은혜 잊지 않겠다. 최 회장과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듬해 1월4일에도 "최 회장 사면복권 시켜주신 은혜를 잊지 않았다"고 재차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2015년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최 회장 사면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 회장의 경우 지난해 7월 재상고를 취하했고 곧바로 다음 달 특별사면됐다. 특사 발표를 한 달 앞두고 재상고 포기라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청와대와 CJ간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일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등을 확보해 살펴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2015년 12월27일자 칸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 대통령 발언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2014년 11월27일부터 계속해서 이 회장 사면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SK·롯데그룹을 상대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청탁을 넣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박 대통령이 두 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면세점 카드'를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두 재단에 45억원을 지원했고 이후 75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받아 이 중 70억원을 냈다. 하지만 그룹 비리 사건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 이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주목했던 사안이다. 검찰은 이를 살피기 위해 SK·롯데 사옥과 기획재정부, 관세청을 두루 압수수색했다. 박 대통령과 최 회장 면담 직후 관세청은 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지정하기로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롯데는 지난달 추가 사업자에 이름을 올렸고 SK는 최종 탈락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