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낭비하는 '탕진잼'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7.01.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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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소소한 사치… "립스틱 효과로도 이어져"

인형뽑기 기계를 모아놓은 뽑기방 모습(왼쪽)과 유튜브에 올라온 인형뽑기 관련 영상들. /사진=인스타그램·유튜브 캡처인형뽑기 기계를 모아놓은 뽑기방 모습(왼쪽)과 유튜브에 올라온 인형뽑기 관련 영상들. /사진=인스타그램·유튜브 캡처


소소하게 낭비하는 '탕진잼'을 아시나요
# 직장인 김모씨(29)는 퇴근길 매일 인형뽑기 매장을 방문한다. 김씨는 5000원을 상한으로 뽑기에 나선다. 하지만 지갑에 든 현금을 탕진하는 일도 잦다. 매장 내 모든 인형을 1개 이상 갖고 있음에도 김씨는 습관처럼 매장을 방문한다.

# 이모씨(27·여)는 1주일에 3차례 이상 다이소, 올리브영 등의 생활용품 가게를 찾는다. 이씨는 당장은 필요없지만 가지고 있는 돈으로 저가의 생활용품을 구매한다. 현재 이씨의 집 한쪽에는 그동안 구매한 물건들이 쌓여 있다.



젊은층에서 '탕진잼'(탕진+재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탕진잼은 '소소한 사치'라는 의미로, 저렴하지만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사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인형뽑기, 생활용품·문구 구매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탕진잼을 불황형 소비문화로 보고 있다. 큰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탕진잼 문화는 '립스틱 효과'로도 이어진다. 립스틱 효과는 경제적 불황기에 나타나는 특이한 소비패턴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기호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인형뽑기 매장 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뽑기'로 상호 등록한 업체는 2016년 11월 기준 500개로 전년 동기(21개) 대비 24배가량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저렴한 문구류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기에 저렴한 제품으로 소소한 사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캐릭터 문구류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는 젊은층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모씨(30)는 "낮은 소득으로 인해 절약해도 살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며 "적은 돈으로 만족감을 얻고 자신을 위로하는 구매행위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는 "불황으로 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일부에선 소소한 사치로 소비욕구를 충족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비패턴은 립스틱 효과로도 이해될 수 있다는 게 허 교수 설명이다.

한 사회학자는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지난해 청년 실업자가 43만명에 달했는데 탕진잼은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이 맞물려 나타난 씁쓸한 현실"이라며 "탕진잼 문화를 통해 작은 것에 기뻐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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