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의 태블릿PC 제출… 특검의 '죄수의 딜레마' 전략

머니투데이 이슈팀 남궁민 기자 2017.01.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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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심리학 전문가 "피의자 간의 신뢰가 깨져, 수사에 효과적"

장시호의 태블릿PC 제출… 특검의 '죄수의 딜레마' 전략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결정적 증거를 내놓은 심리적 배경에는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피의자들간 신뢰의 관계가 깨진 상황으로 보고,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장시호는 최순실이 2015년 당시 6개월 넘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이 태블릿에는 삼성 뇌물죄와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 최순실 등이 모든 혐의를 자신의 죄로 뒤집어 씌울 것이 걱정된 장시호가 먼저 결정적 증거, '스모킹건'을 내놓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제출한 '최순실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제출한 '최순실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처럼 장시호씨가 결정적 증거를 내놓은 데는 죄수의 딜레마가 전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해 결국 자백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 피의자가 '독박'을 쓰게 될 상황이 되면 결정적 증거진술을 내놓는 상황이다.·



예를들어 검사가 수사를 받고 있는 두 피의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조건은 두 사람이 정보를 교류 할 수 없어야 하고 자백하지 않은 피의자는 가중처벌을 받는 상황이다.

검사 : "이제 둘을 떼어놓고 취조할 겁니다. 다만 순순히 자백하면 둘 다 최대한 선처해 죄를 묻겠습니다. 자백한 사람에겐 집행유예를 구형하겠습니다. 하지만 죄를 인정하지 않는 다른 한 명은 10년형을 구형할 겁니다. 둘 다 자백하면 작은 죄에 대해서만 구형하겠습니다."

만약 두 피의자가 공모할 수 있다면 혐의를 전면 부인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진술을 알 수 없고 자신이 중형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수록 심리적 압박을 받아 자백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 예시를 나타낸 표'죄수의 딜레마' 상황 예시를 나타낸 표
이 같은 효과는 상대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커진다. 밖에선 끈끈한 공모자였지만 정보교류가 불가능해지고 여러 진술이 나오면서 피의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이 변호사 등을 통한 정보교환을 막고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구치소를 압수수색한 것은 피의자들 간 심리적 유대를 깨고 불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여러 피의자들이 얽혀있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는 이 같은 죄수의 딜레마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시호 뿐 아니라 안종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도 구속 이후 결정적 증거·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진술·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피의자들 간 신뢰가 깨지고 더욱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구치소 압수수색과 같은 조치는 피의자들 간 유대를 깨고 불신을 가중시켰을 것"이라며 "신뢰가 깨진 이상 심리적 압박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에 효과적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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