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존 터널 지난 K패션에 보내는 응원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7.01.09 05:08
글자크기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옷·신발을 만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17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둘째날인 지난 6일(현지시간)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CEO(최고경영자) 케빈 플랭크는 언더아머 엔지니어들에게 이같이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기업의 규모로 의류를 혁신하길 원한다"며 자는 동안 숙면과 세포 재생을 돕는 '스마트 잠옷'과 착용자의 몸 상태를 수치화하는 '스마트 신발'을 소개했다.

국내 패션업계도 이같은 첨단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이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패션업계는 성장보다 생존이 중요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었다. 수십년간 운영해온 브랜드 사업은 접거나 해외 기업에 매각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은 가차없이 문을 닫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사업 전략을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트렌드에 편승한 디자인, 효율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대부분이었다. 'K패션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나'는 질문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늘 매장에 걸린 옷 팔기에도 바쁜데 미래에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를 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업계의 노력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전자·통신 기업들과 협업해 스마트 의류 개발에 나섰고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마케팅 활동에도 힘써왔다. 하지만 K패션이 글로벌 마켓 리더가 될 만한 '혁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에 대해 "첨단기술이 기폭제가 돼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수준에 오른 국내 전자·자동차 산업의 전철을 밟기 위해서 K패션도 일보 전진이 필요할 때다.

'살아내기 위해' 잘 버텨준 기업들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다. 혁신 기술·독창적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생존 터널 지난 K패션에 보내는 응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