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얼굴 없는 승자 아마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7.01.1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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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완승이었다. 8일(현지시각)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17에서다. 삼성·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레노버, 제너럴일렉트릭(GE) 심지어 포드까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자사 제품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하나씩 품고 나타났다. 정작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나 직원들은 행사장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존재감은 올해 전시회를 압도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는 대표적인 음성비서 스피커다. 출시 3년 만에 5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알렉사가 ‘알파고’ 하나로 세계 프로바둑기사들을 평정한 구글을 꺾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되짚어 보면 결국 아마존의 ‘선택’과 ‘집중’에 있다.



아마존은 애플이나 구글과 어깨를 견주며 IT트렌드를 이끄는 거인이 됐다. 기술 기반 회사가 아님에도 이 같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4차 산업혁명의 게임체인저가 뭔지를 정확히 집어냈기 때문.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개인비서 디바이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고 클라우드 역시 업계 최초로 사업화했다. 빠르고 정확한 선택에 대한 대가로 아마존은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었다.

선택에 대한 집중도 확실했다. 아마존은 본업인 유통과 클라우드, 인공지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데 올인했다. 아마존의 유통망은 ICT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통로가 됐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용에 따른 방대한 데이터는 또다시 유통업을 번성시키는 자원으로 활용된다. 덕분에 너도나도 되고 싶어하는 ‘플랫폼화’ 실현에 아마존은 멀찌감치 앞서게 됐다.



선택과 집중 문화는 아마존 직원들의 회의 풍경에도 묻어난다. 아마존 회의 시간은 고통스럽기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서로 정리해 온 보고서를 수십 분 간 정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끝장토론을 펼치는 식이다. “회의가 끝나면 질문에 집중하느라 진땀이 나지만 이렇게 받은 피드백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직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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