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경우 2010년 ‘총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의 비중이 15%에 달했다고 한다. 과거 세대보다 지금 세대는 그래서 상속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 200년 동안 사망 당시 사람들이 보유한 평균 부(증여 제외)는 1940~1950년 기간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보유한 평균 부의 2배에 달한다. 사망자 부의 상당한 부분이 살아 있는 자들에게 그대로 승계된다. 부의 대물림은 상속만 아니라 증여도 있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자식들에게 주는 증여액은 사망시 남기는 상속액의 약 절반에 이른다. 증여는 주로 부동산 형태로 죽기 10년 전, 수증자의 나이 35~40세에 주로 이루어진다. 증여를 상속에 포함해서 계산하면 국민소득에서 상속 부의 비중은 220%(상속 120%, 증여 100%)에 달한다.
상속으로부터 얻는 소득은 노동으로 얻는 소득보다 더 커지는 경향마저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세대를 보면 상위 1% 노동소득자의 임금소득은 하위 50%의 10~11배지만 상위 1% 상속인의 상속액은 하위 50%의 12~13배에 달해 소득에서 임금보다 상속 비중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는 상위층만 아니라 하위층이나 중간층에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집단에서 상속은 평생 총자산의 4분의1 수준이지만 2000년대에 출생한 집단에선 3분의1~10분의4를 차지한다. 이 정도 유산은 피상속인이 직업 없이 이자만으로 살긴 힘들지만 많은 인구가 평생 번 돈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다. 피케티는 이러한 사회를 ‘소자본소득자의 사회’라고 부른다. 이것은 이제 세계적 현상이라는 게 피케티의 주장이다.
한국도 세습자본주의로 이행하지만 그 진통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최근 들어 회자되는 ‘흙수저’ ‘금수저’ 논란은 세습 부의 불평등 문제에 관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세습 부를 어떻게 규정하고 이의 불평등 배분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기제도 매우 부족하다. 이러는 가운데 정의롭지 못한 부의 대물림은 갈수록 고착화한다. 이는 부유층일수록 더 심하다.
미국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주식부자 중 62.5%가 상속형 부자다. 일본의 30%, 미국의 25%, 중국의 2.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온갖 편법상속으로 증여세와 상속세를 회피하면서 부를 상속한 결과다. 세습 부의 불평등 심화와 고착화로 국민들 사이엔 깊은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의식이 팽배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믿었지만 지금은 겨우 2명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는 그만큼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