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생산라인 고도화’ 초점 맞춰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김상희 기자 2017.01.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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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모니엄 '2020']<제4동인>제4차 산업혁명 ②[인터뷰]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편집자주 2013년 1월 머니투데이는 국내외 경제전문가 3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기간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과제에는 고착화되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극복과 혁신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확보 등이 담겼다. 4년이 지난 지금 숙제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2017년 1월, 정치 경제 사회 등 글로벌 환경은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 속에 움직이는 '팬더모니엄'(아수라장 또는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의 미래전망모임인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과 함께 '촛불 이후' 한국경제를 좌우할 5가지 동인을 짚어보고자 한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김상희 기자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김상희 기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완제품 변형 수준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산라인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20년 넘게 산업과 정보통신(IT) 분야 융합을 연구한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박사)은 4차 산업혁명 본질을 묻는 질문에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는 독일 인더스트리 4.0도 결국 제조업 혁신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제조업과 IT를 결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내놨다. 이어 2015년 이를 보완한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IT 인프라를 활용해 제조업 공정을 혁신해서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강 박사는 이보다 앞선 2008년 우리나라에서 먼저 이런 시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수출 강국인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했던 우리나라로서 제조업에 IT를 융합한 전략 모멘텀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당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지식경제부 등을 중심으로 이종 산업 융복합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실패했다. 강 박사는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전략과 함께 혁신을 IT 분야에만 의존하려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IT는 △컴퓨팅(의사결정) △네트워킹(연결) △센싱(감지) △엑츄에이팅(로보틱스) 등 4가지 핵심기술로 구성되는데, 이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 네 가지 IT 원천기술은 개발이 이미 완료된 상태여서 더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는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일종의 '도구' 역할이란 얘기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차, 첨단 의료장비 등을 예로 들면서 "완제품 단계에서 산업 융복합은 이미 상당 수준 고도화 됐다"고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보다 범위를 확장시켜 제품 설계와 공정단계까지 IT 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생산라인 고도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초대형 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강판을 적절하게 구부리는 시스템, 강판을 잇는 수십년 장인(匠人) 기술자 노하우를 센서에 인식시킨 조립로봇, 다양한 염색패턴을 인지한 염료 자동화 기계가 색감을 완벽히 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강 박사는 이를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능한 젊은 인력에 기업들이 생산라인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존 산학협력 방식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박사는 또한 벤처캐피털(VC)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벤처의 본질은 성공이 아닌 실패”라며 “실패를 경험으로 인정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면 투자를 기피하지 않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버(Uber), 페이팔(paypal) 등 최근 IT산업에서 강자로 자리매김 한 기업들의 창립자들도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수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성공’만 쫓는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는 얘기다.

강 박사는 "모든 생산단계에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공장’이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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