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김상희 기자
20년 넘게 산업과 정보통신(IT) 분야 융합을 연구한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박사)은 4차 산업혁명 본질을 묻는 질문에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는 독일 인더스트리 4.0도 결국 제조업 혁신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박사는 이보다 앞선 2008년 우리나라에서 먼저 이런 시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실패했다. 강 박사는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전략과 함께 혁신을 IT 분야에만 의존하려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IT는 △컴퓨팅(의사결정) △네트워킹(연결) △센싱(감지) △엑츄에이팅(로보틱스) 등 4가지 핵심기술로 구성되는데, 이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 네 가지 IT 원천기술은 개발이 이미 완료된 상태여서 더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는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일종의 '도구' 역할이란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차, 첨단 의료장비 등을 예로 들면서 "완제품 단계에서 산업 융복합은 이미 상당 수준 고도화 됐다"고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보다 범위를 확장시켜 제품 설계와 공정단계까지 IT 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생산라인 고도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초대형 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강판을 적절하게 구부리는 시스템, 강판을 잇는 수십년 장인(匠人) 기술자 노하우를 센서에 인식시킨 조립로봇, 다양한 염색패턴을 인지한 염료 자동화 기계가 색감을 완벽히 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강 박사는 이를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능한 젊은 인력에 기업들이 생산라인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존 산학협력 방식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박사는 또한 벤처캐피털(VC)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벤처의 본질은 성공이 아닌 실패”라며 “실패를 경험으로 인정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면 투자를 기피하지 않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버(Uber), 페이팔(paypal) 등 최근 IT산업에서 강자로 자리매김 한 기업들의 창립자들도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수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성공’만 쫓는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는 얘기다.
강 박사는 "모든 생산단계에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공장’이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