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성들이여, 한 손에 '손자병법'을 들라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1.0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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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친닝추 '여성을 위한 손자병법-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싸우는 여성들이여, 한 손에 '손자병법'을 들라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 장관 라피다 아지즈가 싱가포르에 방문했을 때다. 그는 기자로부터 "장관님은 어떻게 가정에서 주부로서의 의무와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책임을 조율하시는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라피다 장관은 기자에게 사무적인 어조로 냉랭하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리콴유 총리에게 가서 공적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어떻게 가정에서 남편과 아버지 역할을 그렇게 훌륭히 해냈는지나 물어보시죠.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남녀차별은 많이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고를 겪으며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라피다 장관의 일갈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맞닥뜨려야 하는 편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싸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친닝추는 '손자병법'을 그 답으로 제시한다.

세계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책이지만 일반적으로 더 평화적이고 섬세하며 유연한 여성이 참고하기에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고유의 여성성을 살려 능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내는 법, 직장 내 불이익이나 성희롱 등에 대응하는 법, 스타일 등 이미지를 관리하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법까지 '손자병법'의 비책에 따라 상세히 소개한다. 책은 고전을 탐색하는 인문학 공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전한다.


저자는 "여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에는 유리 천장이 아니라 바로 유리천장이 강력하다고 믿는 여성 자신의 의식"이라고 꼬집으면서도 "나는 모든 여성이 현실적인 장벽을 내재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원을 보낸다.

그는 특히 이제는 '여성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남성지배 구조논리를 답습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여성에게 맞는 고유의 방식을 통해 앞서 나갈 수 있으며 '여성성'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됐다는 주장이다.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를 살고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남성의 근력은 사회를 이끄는 주된 원동력이 될 수 없다. 이제는 감성의 세례를 받은 지적 능력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선천적으로 여성적 역량을 타고난 여성은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직관적으로 읽어내고, 섬세하게 협상을 주도하고, 힘으로 지배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섬기고 보살피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여성은 이전에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성'이라는 강력한 경쟁수단을 갖추고 있다." (109쪽)

저자는 또 도처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편견을 예리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많은 이가 여성은 천성적으로 자애롭고 섬세하기에 경쟁적이지 않다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이런 편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최근까지도 여성에게 경쟁할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더 큰 문제다." (126쪽)

"어떤 여성은 남성적 성향이 강하고 또 어떤 남성은 매우 여성적이다. 사람들은 사랑, 불안, 공포, 질투, 부러움, 수치심 같은 감정은 여성적이라고 믿지만 이런 것들은 남녀 구분 없이 인간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감정일 뿐이다." (219~220쪽)

그는 여성들이 손자의 전략을 직장과 가정의 삶에 적용할 때, 당당하고 의연하게 경쟁하고 승리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각자의 전장에서 저마다 싸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전략서'로 유용한 책이다.

◇ 여성을 위한 손자병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친닝추 지음. 김미리 옮김. 이숲 펴냄. 256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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