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고'는 정말 계산원들에게 '재앙'이 될까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1.0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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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노동 없는 미래…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온다'

'아마존 고'는 정말 계산원들에게 '재앙'이 될까


얼마 전 계산대가 사라진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GO)가 화제였다. 2017년 북미지역에서 개장 예정인 '아마존 고'는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한 뒤 물건을 고르고 밖으로 나오면 자동으로 가격이 정산되기 때문. 아마존은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까지 가능한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와 결합할 경우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 고' 서비스는 공개되자마자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매장 종업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어버릴 거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미국 소매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8000만 명, 계산원 인력은 350만 명에 달한다. 기술 발달로 인한 '대량실직' 위기가 코앞에 닥쳐온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위기'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 및 철학박사인 팀 던럽이다. 그는 책 '노동 없는 미래'에서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결코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며 오히려 인류 역사상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오는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주장은 '노동'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유급 일자리라는 것이 원래 우주의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여러 세기에 걸쳐 굳어진 정치적 결정들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노동을 줄여주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를 다시 체계화하면 훨씬 적은 시간의 노동으로도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현재 노동에 기초한 부의 분배 방식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며 공유경제와 기본소득 제도를 고찰한다. 또 임금 근로가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에서 기인한다며 우리의 미래로 '탈노동'사회를 제시한다. 그는 노동의 정의와 본질을 살피기 위해 한나 아렌트, 플라톤,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등 다양한 철학자의 논의를 가져와 폭넓게 설명한다.

노동은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인가'란 질문에 현대인들은 그 누구도 쉽게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노동의 가치보단 자본소득이 더 가치 있는 사회이며 이로 인해 부의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과거의 '노동' 개념에 목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기술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지의 관점에서 노동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미래에 대한 더 나은 생각을 찾아내는 일이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장밋빛 미래'보다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 저자의 주장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기술의 발전은 '좋은 삶'의 물리적 조건을 다시 만들어낼 힘이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멈출 수 없다면, 저자의 주장대로 '노동'을 다시 정의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 노동 없는 미래=팀 던럽 지음. 엄성수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268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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