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트럼프', 취임 100일에 성패·윤곽 나온다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7.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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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트럼프노믹스]무역·에너지·이민 등 6개 분야 집중 예고… 감세·재정지출 확대, 의회 동의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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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뒤 만들어진 신조어들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이색적인 대통령의 출현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 기간에 내세운 공약 역시 기존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어서 트럼프 정부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예측불가 '트럼프', 취임 100일에 성패·윤곽 나온다


◇트럼프 100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행정명령 대거 발동할 듯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성패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취임 초기는 가장 지지율이 높고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때다. 의회도 대선 공약들을 쉽게 반대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를 놓치면 개혁 작업은 더욱 힘들게 되고 국민들의 실망감은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약 보름 만에 취임 100일 청사진을 제시했다. 선거 기간에 내놓았던 취임 100일 시나리오 가운데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첫 100일’은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 쓴 표현으로 이후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은 취임 후 100일 동안 이뤄낼 목표와 구상을 밝히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의 100일 청사진은 한마디로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가능한 것들을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가 출신다운 실용적인 행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과 에너지, 규제, 국방, 이민, 정치개혁 등 6가지 분야 개혁을 약속했다. 취임 첫 날에는 오바마 정부가 공 들여왔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에 잠재적인 대재앙을 불러올 TPP 탈퇴 방침을 통보하고 TPP를 ‘공정한 양자 무역협정’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청사진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에 대한 압박을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에너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고소득 일자리를 수백만개 이상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북극과 대서양의 해저 석유와 가스 시추를 영구 금지한 행정명령도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이민에 대해서는 다소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든 비자 프로그램 악용 사례를 조사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거나 불법 이민자 200만명을 추방할 것이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사이버 공격을 비롯한 모든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주요 시설을 방어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계획을 만들겠다고 재강조했다. 정치개혁을 위해 행정부 관료가 퇴임 이후 5년간은 로비스트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특히 외국 정부를 돕는 로비 활동은 전면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감세‧재정지출 확대, 첫 시험대될 듯
트럼프가 내세운 경제 정책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고 소득세율도 현행 7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낙후 도심 재개발과 고속도로, 공항,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에 1조달러를 투입,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 가운데 하나만 삐끗하더라도 경제 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가뜩이나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경제성장률 4%’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 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정책을 집행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감세의 경우 민주당이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반대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만큼 물리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도 감세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부자 감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역시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세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앞으로 10년간 11조~16조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나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했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주장과 가깝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주류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 트럼프는 아직 공화당 주류와 껄끄러운 관계여서 공화당이 발벗고 나서줄 것인지 미지수다.

◇경제‧통상 수장 면면 보니… 규제개혁‧보호무역에 방점
트럼프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수단으로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랐다면 간접적이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수단으로는 규제 완화와 보호무역을 선택했다. 규제를 없애면 기업 활동이 활발해 지고 일자리 또한 늘어날 것이란 구상이다. 여기에 보호무역을 더하면 국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 공약을 실천에 옮길 인물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스티븐 무누신 듄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을 선택했다. 콘은 백악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으로, 므누신은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 자문관에는 칼 아이칸을 지명했다.

이들 모두는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인 출신들이다. 규제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만큼 규제 철폐에 더 적극적일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1개의 규제를 신설하려면 2개의 기존 규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은 패스트푸드 기업 CKE 레스토랑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확대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노동자 편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노동 관련 규제를 없애는데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릭 페리 에너지장관 내정자는 에너지부 폐지를 주장해 온 인물로 텍사스 주지사 시절 화석연료 사용 제한 규제를 없앴다. 에너지 산업의 걸림돌인 환경 규제를 푸는 적임자로 간택된 셈이다.

보호무역 정책을 총괄할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에는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임명됐다. 그는 중국에 대해 고율의 보복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해 온 강경파다.

보호무역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보복관세다. 이 업무를 관장하는 상무부장관에는 윌버 로스 WL 로스&컴퍼니 회장이 임명됐다. 나바로 위원장과 절친으로 반 중국 정책이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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