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형 정부, 전략·위기 관리 능력 갖춰야"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17.0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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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모니엄 2020]<총론>②[인터뷰]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편집자주 2013년 1월 머니투데이는 국내외 경제전문가 3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기간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과제에는 고착화되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극복과 혁신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확보 등이 담겼다. 4년이 지난 지금 숙제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2017년 1월, 정치 경제 사회 등 글로벌 환경은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 속에 움직이는 '팬더모니엄'(아수라장 또는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의 미래전망모임인 세종미래전략포럼과 함께 '촛불 이후' 한국경제를 좌우할 5가지 동인을 짚어보고자 한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사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사진=과학기술정책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4차 산업혁명 등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를 살고 있다. 불확실성은 특정 국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똑같이 주어진 조건 속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불확실성 속에 좌충우돌 하다 도태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2일 국내 미래 전략 전문가 중 한 명인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 박사는 국책연구원들의 자발적으로 조직한 싱크탱크인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이하 세종포럼)의 집행간사를 맡고 있다.



홍 박사는 "미래 준비의 핵심은 전략과 위기 관리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미래 준비형 정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략과 위기 관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홍 박사의 지적이다. 그는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홍 박사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파급력이 크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상황이 같지만, 대한민국은 블랙스완(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취약하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 메르스,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에서 피해 규모가 더 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홍 박사는 총리실 기능의 대폭적인 수정을 주장했다. 총리실은 2000년 대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모호하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건의 파급력도 큰 지금은 미래 전략과 위기 관리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박사는 "총리실의 기능 전환과 함께 대통령 역시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일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불학실성과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 '스마트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편 세종포럼에는 홍 박사를 비롯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다양한 분야의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미래학', '미래예측'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강연을 다니고 책을 써서 파는, '미래'를 장사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가짜 미래학자들이 많다. 이들은 전기차, 인공지능, 글로벌 경제 등에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서, 언론 등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짜깁기 해 전문가 행세를 하며 혹세무민 한다. 특히 일부 정부 기관, 대기업들도 이들에게 속아 강연을 요청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세종포럼 소속 전문가들은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며 제대로 된 미래 관련 싱크탱크의 역할을 한다.

홍 박사는 "미래는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이러한 인식이 미래 전략의 핵심"이라며 "'미래가 이렇게 되니까 어떻게 준비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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