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매일 '치느님, 치느님' 하면서 지금 우리 닭 친구들에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 널리 널리 전파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바로 'H5N6'형 바이러스야. 어려울 것 없이 그냥 바이러스의 이름이라고 보면 돼. 지금까지 우리나라 닭 친구들을 거쳐 간 AI 바이러스(바이러스 종류만 약 144종...;;)는 여러 가지지만 'H5N6'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
"뭐...?!" / 사진= JTBC '아는형님' 캡처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도 걸릴 수 있는 거냐고? 당분간 치맥은 금지해야 하냐고? 아니야. 진정하고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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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심부터 시켜줄게. 네가 치킨과 오리고기와 계란 친구들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건 확실해.
인간이 조류독감에 걸리는 경로는 바로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서야. 그러니까 조류독감에 걸린 닭, 오리를 직접 만지거나 그들의 배설물(ex. 새×)과 접촉하는 경우에만 걸릴 '수도' 있다는 거지(미안...100%는 아님). 일단 우리가 닭, 오리를 쓰다듬을 일도 없고 그들의 배설물들과 접촉할 일은 더더욱 없으니까 한층 안심이 되지?
근데 만약에 내가 오늘 시켜먹은 치킨이 조류독감에 걸렸던 닭이면? 조류독감 걸린 닭 옆에 있던 닭이면? 조류독감 걸린 닭이 낳은 알이면?
걱정은 ㄴㄴ. 닭이건 오리건 모든 조류들은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만 있으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죽게 된대. 그러니까 감염될 위험이 없는 거지.(#그치만_생닭섭취는_비추)
근데 막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달걀 완숙에는 섭씨 65도 정도면 충분하다는데, 그럼 삶은 계란은 위험한 거냐?
아니야.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알을 낳을 수 없대. 뭐 조류독감에 걸리기 직전에 낳은 알이라고 해도 알에는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없다니 계란도 오케이야.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먹는 이 닭이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거나 걸린 닭 옆에 있던 닭이면 어떻게 하냐고?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닭들은 살색이 검붉어지고 딱딱해져서 털도 못 뽑을 지경이 된대. 당연히 이런 닭이 식당에 팔릴 일은 없겠지? (#굳은_믿음)
그리고 앞서 말했던 2000만이라는 숫자 말이야. 사실 그 2000만 마리가 모두 독감에 걸려서 죽였다는 게 아냐. 그중 일부만 걸렸다고 해도 같은 농장이나 주변 농장에 살던 애들까지 모조리 다 죽여버리다 보니 2000만 마리씩이나 죽이게 된 거지.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 사진= tvN 캡처
'조류독감 걸릴 위험이 컸던 닭'은 애초부터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함께 죽임을 당했을 거라는 얘기야.
그리고 애초부터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는 그 특성상 호흡기 접촉까지 이어져야 감염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입-식도-위' 코스로는 감염이 될 수가 없다는군.
어쨌든 안심하고 오리고기와 치킨과 계란을 먹어도 된다는 거잖아. 조류독감에 그렇게 쫄 필요가 없겠...조류? 서울 시내에 널린 비둘기랑 그 옆에 있는 까치 그리고 그 옆옆에 있는 참새 모두 조류 아니야? 그럼 얘네가 한 번 잘못 걸리면 서울 시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만연?
천하무적 돼둘기, 조류독감에 걸린다면...?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 문의해봤더니 비둘기와 철새가 만날 일이 흔치 않으니 걱정 말래. 애초부터 둘의 서식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 모두 알다시피 비둘기 친구들의 주 영역은 바로 '도심' 아니겠어? 실제로도 우리나라에서 비둘기가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는군.
이렇게 말하면 그럼 농장의 닭과 오리는 철새와 서식지가 같아서 전염된 거냐? 싶기도 할거야. 담당자 분께서 아직 자기들도 그것의 원인은 잘 모르겠다고 하셨어. 농장의 쥐나 고양이들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대.
만약에 특이한 비둘기 친구가 철새 친구와 '쿵짝'이 잘 맞아 만났고, 옮았고, 도심의 더 많은 비둘기 무리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렸다고 하면?
해결책은 '손을 깨끗이 씻어라'. 우리가 비둘기를 만지거나 비둘기의 배설물을 만지는 일만 없다면 괜찮아. 운 안 좋게 걸어가다 비둘기의 ×을 맞는 경우에도 ×을 닦은 손을 눈, 코, 입 등 호흡기관에 접촉하지만 않는다면 되고. (#×냄새_맡지_말기)
덧붙여서 말하자면 사실 조류독감 자체가 '조류'가 걸리는 독감이잖아?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고. 애초부터 바이러스가 옮겨간다고 해도 비둘기와 우리는 종이 다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대.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이전에 일종의 장벽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보면 쉬울 거야. 우리나라와 중국은 조류를 기르는 환경이나 산업 형태 그리고 예방정책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사람이 감염됐다고 한들, 넘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나봐.
그런 의미에서 꿀빵은 오늘 점심으로 '닭백숙'을......ㅎ /사진=함혜인 기자
서울 성동구 살곶이공원 인근 철새도래지에 야생조류 접촉 주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시는 고병원성 AI가 확산됨에 따라 한강과 지천 철새도래지에서 진행하던 탐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탐방로 4곳과 조류 관찰대 4곳을 각각 임시 폐쇄했다. 사진=뉴스1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듣고 보면 인간(특히 도심에 사는)이 조류독감에 걸릴 일은 거의 없다는 거 알 수 있겠지? 더더욱 의심쩍었던 비둘기 떼들에 대한 걱정도 조금 덜었고 말이야.
앞으로 걱정해야 할 건 이번에도 한 발 늦은 정부의 대응으로 살처분하는 조류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점이야. 그에 따라 계란값도 나날이 오르고 계란 품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아. 이미 일부 빵 생산을 중단한 업체도 나왔다고 ㅠ.ㅠ.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대책에도 계란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1인 1판’ 판매 제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 ‘1인 1판(30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