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마트공장 확산으로 제조업 강국 제2막 쓴다

머니투데이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2016.12.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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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연말을 맞아 한해를 결산하는 숫자들이 신문을 오르내린다. 올해는 특히 '176'이라는 숫자가 눈에 밟혔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숫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라고 한다. 수출 상황도 좋지 않아서 무려 58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내년 경제성장률도 올해에 이어 2%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갈 돌파구는 없는 걸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해답의 키는 글로벌 기술혁신 패러다임에 발맞춰 민첩하게 변화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쥐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제조업 혁신은 가장 집중해야 할 정책과제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에 불씨를 피우기 위해 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인더스트리 4.0'을 국가정책으로 강력히 드라이브했고 미국은 '메이킹 인 아메리카', 중국은 '제조 2025'라는 이름의 제조업 혁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이 국가생산의 토대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예전처럼 단순 조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공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제조업을 혁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생산현장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기술 같은 각종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걸 말한다.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을 도입할 경우 생산성은 평균 30% 높아지고 품질은 33% 개선되며, 납기는 27%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기정원)도 스마트공장 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부터 지난 15년간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생산현장디지털화 수출과제'(K-스마트 솔루션)라는 새로운 지원사업도 선보였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의 스마트화 견인을 위한 기반조성을 위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려는 중소기업과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IT기업 간 컨소시엄을 이뤄 상호협업을 통한 성과 극대화를 도모하려는 취지다.


그동안 중소제조기업의 스마트화를 위한 보급·확산 사업에 집중하면서 국내 중소제조기업의 정보화 수준 향상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으나 지금부터는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국내 IT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K-스마트 솔루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소시엄에 들어온 IT기업이 함께 참여한 기업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스마트공장을 구현하는 형태를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도입기업은 자사의 특성에 맞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고 IT기업은 생산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또 국가는 IT기업이 개발한 솔루션을 중소기업 업종별 모델 혹은 표준으로 만들어 동일분야 여러 기업에 곧바로 도입할 수 있다.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사업을 통해 개발한 솔루션과 스마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출까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지원이 제조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수출확대로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제조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지만 참여한 중소기업의 호응이 무척 뜨겁다. 내년부터 이 사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2020년까지 1만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는 정부의 목표와 국내 중소제조기업의 스마트화 기반구축이라는 목표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 제조업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저력을 스마트공장을 통해 다시 한 번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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