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재정정책·금융규제 후퇴 반대"…트럼프에 일침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6.12.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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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상](종합)트럼프-옐런 '대립각' 커지나… 내년 금리 인상 2회→3회 상향

옐런 "재정정책·금융규제 후퇴 반대"…트럼프에 일침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트럼프 정부가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와 규제 완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 FRB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2회에서 3회로 상향 조정했다.

옐런 FRB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금융 규제가 후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먼저 그는 "현재 시점에서 완전고용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재정 정책이 명백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정 정책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실업률이 4.6%에 그치고 있고 고용 시장은 견고하다”며 “고용 시장에서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은 "지금보다 실업률이 상당히 높았을 때" 얘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새 정부나 의회에 대해서 어떤 정책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조언을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의회가 고려해야 할 수많은 상황들이 있고 재정 정책 변화를 정당화시킬 근거들 또한 생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인수위원회와 접촉하고 있으며 금융 규제가 후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도드-프랭크 법안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준 금융위기를 겪었고 그것을 계기로 더 안전하고 강한 금융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도드-프랭크법도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또 트럼프 정부의 경제 공약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FRB 정책위원들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며 "모든 FOMC 참가자들은 경제 정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FRB를 비판하며 옐런 의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2018년까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며 중도 사임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FRB는 이틀간 진행된 FOMC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용 시장 상황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종전 0.25~0.5%에서 0.5~0.75%로 상향 조정됐다.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이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두 번째다.

FRB는 “최근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실업률 또한 떨어졌다”며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considerably)”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 역시 기자 회견에서 “나와 정책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라는 양대 목표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 전망도 개선됐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9월 1.8%에 1.9%로 높아졌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2%에서 2.1%로 상승했다.

실업률 전망도 올해 4.8%에서 4.7%로, 내년 4.6%에서 4.5%로 낮아졌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1.3%에서 1.5%로 조정됐고 내년은 1.9%로 변함이 없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 등을 뺀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1.7%와 1.8%로 동일했다.

정책위원들은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내년 금리 인상은 세 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3회씩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9월 정책위원들은 내년과 2018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2회로 전망했었다.

이에 대해 옐런 의장은 “2017년 금리 인상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로 빠른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효과’가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인정했다. 옐런 의장은 "재정 지출이 대규모로 늘어날 경우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FRB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재정 지출 규모가 어느 정도 확대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FRB 역시 다른 이들처럼 이 부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 인프라 투자 확대와 대규모 감세,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정책이 집행될 경우 미국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물가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책위원들이 ‘트럼프 효과’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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