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반납한 정부 경제팀…'리더십 시험대' 본격화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6.12.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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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경제단체장 면담, 외신기자 간담회 등 빡빡한 일정 소화…美 금리인상 변수도 대응해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후 맞이한 관가의 첫 주말 분위기는 분주함으로 요약된다. 유일호 경제팀은 사전에 준비한대로 비상회의를 열고 현안을 챙겼다. 유 부총리로선 취임 후 가장 바쁜 주말을 소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사실상 예행연습이었다. 유일호 경제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일치하는 대응을 선보였다. '시험 족보'대로 한 것이다. 실전은 지금부터다. 15일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 등 비상상황과 맞물려 경제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이날 오후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외신들은 탄핵 정국이 가져올 후폭풍에 주목한다.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유 부총리가 직접 외신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 부총리가 탄핵 정국에서 가장 먼저 소집한 것은 확대간부회의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날 밤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경제팀은 "우리 경제의 저력을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제팀의 주말 첫 일정은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 회의였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일 오전 9시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시장 동향과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대응반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0일 오후 12시30분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단체장들에게 "평상시와 다름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당초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현안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취소됐다. 유 부총리는 대신 11일로 예정됐던 확대간부회의를 10일로 앞당겨 진행했다.


유 부총리가 주말 내내 언급한 메시지는 "흔들림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당장 12일 주식·외환시장이 개장한 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9일에는 장 종료 후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유 부총리는 국회의장 방문(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14일), 주요 외국상공회의소 및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15일), 주한 일본대사 면담(15일), 영국 재무장관 면담(16일)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분주한 일정 속에서 유 부총리의 '경제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이달 15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정부 내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판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주식·외환시장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FOMC 결과가 나오자마자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후속대책을 논의한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변수가 많다는 게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유 부총리의 리더십이 탄력을 받으려면 경제팀의 분위기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일 차기 부총리로 내정된 이후 경제팀은 보고체계를 이원화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은 유 부총리로 일원화됐다.

현재로선 유 부총리가 내년까지 경제팀을 이끌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임종룡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유 부총리는 지난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외부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경제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나 자신도 재임기간 동안 역사적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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