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하지만 지금까지는 사실상 예행연습이었다. 유일호 경제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일치하는 대응을 선보였다. '시험 족보'대로 한 것이다. 실전은 지금부터다. 15일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 등 비상상황과 맞물려 경제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다.
유 부총리가 탄핵 정국에서 가장 먼저 소집한 것은 확대간부회의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날 밤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경제팀은 "우리 경제의 저력을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0일 오후 12시30분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단체장들에게 "평상시와 다름 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당초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현안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취소됐다. 유 부총리는 대신 11일로 예정됐던 확대간부회의를 10일로 앞당겨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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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리가 주말 내내 언급한 메시지는 "흔들림 없이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당장 12일 주식·외환시장이 개장한 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9일에는 장 종료 후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유 부총리는 국회의장 방문(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14일), 주요 외국상공회의소 및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15일), 주한 일본대사 면담(15일), 영국 재무장관 면담(16일)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분주한 일정 속에서 유 부총리의 '경제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이달 15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정부 내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판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된 수순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주식·외환시장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FOMC 결과가 나오자마자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후속대책을 논의한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변수가 많다는 게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유 부총리의 리더십이 탄력을 받으려면 경제팀의 분위기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일 차기 부총리로 내정된 이후 경제팀은 보고체계를 이원화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은 유 부총리로 일원화됐다.
현재로선 유 부총리가 내년까지 경제팀을 이끌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임종룡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유 부총리는 지난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외부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경제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나 자신도 재임기간 동안 역사적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