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1위 경쟁인가?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6.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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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판매 1위'(A사), '가격비교사이트 10월 판매 1위'(B사), '스탠드형 모델 판매 1위‘(C사)

매년 김장철이 시작되면 김치냉장고 업계에서 펼쳐지는 ’1위 마케팅‘의 모습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살펴보면 업체별로 자사에 유리한 데이터를 ‘오려내’ 1위라고 주장하는 ‘아전인수’격 마케팅들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들 1위라고 주장하는데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도대체 누가 1위인지를 모르겠다. 뭘 사야 할 지 더 헷갈린다“고 토로한다.



이같은 업체들의 막무가내식 1위 마케팅은 소비자들에 구매 가이던스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혼란만 주고 있다. 소비자가 믿을 만한 근거나 수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대유위니아 딤채, 삼성전자 지펠아삭, LG전자 디오스, 동부대우 클라쎄 등 주요 김치냉장고 브랜드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브랜드 마다 △스탠드형 모델 개별 판매 △뚜껑형 모델 개별 판매 △오프라인 판매 △온라인 특정 사이트 판매 △가격비교 사이트 판매 △'10월 한 달'과 같은 특정 기간 판매 등 자사에 유리한 온갖 기준으로 내세우며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매장에서는 '우리 매장 내 김치냉장고 중 용량별(300 ℓ대, 400ℓ대, 500ℓ대) 판매 1위'라고 주장하는 문구를 내걸어 놓기도 한다. 한술 더 떠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중 3도어, 4도어, 5도어 제품군 중 1위라는 주장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기준들은 검증이 어렵거나 시장 상황의 일부만 대변한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예컨대 오프라인 판매는 대리점인지, 직영점인지, 하이마트와 같은 종합판매점인지 밝히지 않는다. 특정 사이트 한 곳에서의 판매량이 전체 온라인 시장점유율을 대변하기 만무하지만, 버젓이 1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치냉장고는 이제 김치뿐만 아니라 과일, 생선, 건어물 등 신선식품 보관까지 용도가 확대되면서 한가정당 2개까지 쓰는 등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도 올해 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업체들의 1위 마케팅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행태는 판매경쟁에만 매몰돼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규모에 걸맞는 통계수치 하나 없다는 것은 업계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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