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갔다…청와대 100m '기적' 한달의 기록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윤준호 기자 2016.12.0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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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m→100m 6주만에 뚫어…강력 무기 '평화'로 금기·성역 깨고 민주주의 새역사

3일 오후 서울 도심 일대에서 진행된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행진했다. 역사상 처음이다. /사진=뉴스13일 오후 서울 도심 일대에서 진행된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행진했다. 역사상 처음이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갔다. 현행법상 100m 안에서의 집회·시위는 불가능해 '갈 데까지 간' 셈이다.

1800m, 1300m, 900m, 430m, 200m, 100m. 말 그대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시민들은 '평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워 청와대라는 성역을 조금씩 허물었다.



3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을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하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6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본 집회에 앞선 오후 4시 참가자들은 청와대 100m 앞까지 '에워싸기' 행진을 했다. 경찰은 행진을 제한했지만 법원이 주최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청와대 앞 100m 지점에서 집회·행진을 허용한 건 사상 처음이다.

시민들은 청와대 코앞에 이를 때까지 우여곡절을 거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직후인 지난 10월29일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장소는 청와대와 약 1800m 떨어진 곳이다.

지난달 5일 2차 집회는 청계광장보다 북쪽이면서 더 넓은 광화문광장에서 열었다. 경찰 저지선인 세종대왕상부터 청와대까지는 1300m다. 행진은 종로, 을지로 등 서울 도심 주요 도로에서 동서 방향 위주로 이뤄졌다.


주최 측은 12일 3차 집회부터 본격적 북진을 시도했다.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열어주는 대신 세종대왕상 이북으로 행진은 불가능하다고 제한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최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내자동 로터리까지 시민들에게 허용했다. 청와대까지 거리는 900m로 줄었다.

19일 4차 집회에서 다시 한 번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진출을 시도했다. 역시 이번에도 경찰은 율곡로 남단 앞쪽까지로 행진을 제한했다.

법원은 또다시 시위대 편을 들었다. 안전사고 문제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는 안 되지만 한시적으로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인근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부근까지 열라고 허용했다. 시위대와 청와대 간 거리는 430m로 단축됐다.

26일 5차 집회에서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뚫리며 시민들은 청와대 200m 앞까지 다가섰다.

6차 집회가 개최된 이달 3일은 역사상 처음으로 시위행렬이 100m 앞까지 접근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코앞까지 다가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금기를 깨뜨리고 성역을 허문 데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6차례에 걸친 초대형 시위에도 대규모 폭력사태는 없었다. 일부 시위대가 새벽까지 도로에 남아 연행된 적을 제외하면 연행자도 거의 없었다. 충돌이 없으니 중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시민들이 가족, 친구들과 손잡고 나오는 시위 현장에 폭력이 발붙이기는 어려웠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가족 시위대가 태반인 상황에서 행진을 막을 명분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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