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창업경제 활성화, 벤처 '출구전략' 확보돼야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16.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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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엑시트' 바늘구멍…창업열기 위해 출구 활짝 열어야

국내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투자자금도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창업에 성공하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한 벤처캐피탈(VC)업계의 임원은 “10곳에 투자를 해 1곳만 ‘엑시트’(상장·매각 등을 통한 투자회수)해도 성공”이라고 말한다. VC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벤처가 극소수인 것을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은 소수점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현장클릭]창업경제 활성화, 벤처 '출구전략' 확보돼야


◇유망벤처도 ‘고사’…꽉 막힌 출구 뚫어야=최근 청산절차에 돌입한 비트패킹컴퍼니는 이같은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고 기반 음악 서비스 ‘비트’로 돌풍을 일으키며 다수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이 회사는 그동안 1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초기 성과를 잇지 못하고 끝내 지난달 ‘비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됐다. 이 때문에 초기 벤처가 일정수준의 성과를 거두면 그 결실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업계에서는 그 해법으로 M&A(인수합병)를 꼽는다.



물론 주식시장 상장(IPO)이라는 출구가 있지만 이 길은 멀고 험하다. VC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이 국내에서 상장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2.9년으로 미국(6.1년)의 두배 이상이다. 오랜 시간 수없이 찾아오는 위기를 한차례라도 넘지 못하면 결국 유망벤처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VC들의 투자자금 회수 유형 가운데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쳤다. IPO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 비중 27.2%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투자자금의 90% 이상이 M&A를 통해 회수된다. M&A를 통한 빠르고 손쉬운 엑시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청년들도 큰 부담 없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창업 생태계 선순환이 가능하다.



◇‘제2 카카오’ 신화? M&A 통한 선순환 생태계 마련해야=국내에서도 이같은 선순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게임을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네이버(당시 NHN)를 떠나 카카오를 다시 창업했고, 투자사인 케이큐벤처스도 만들었다.

국내 최초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만든 권도균 대표 역시 자신이 창업한 이니시스와 이니텍을 매각한 경험이 있다. 미국 탭조이에 매각된 국내 벤처기업 파이브락스는 테터앤컴퍼니를 창업, 구글과의 M&A를 성사시킨 노정석 대표가 재창업에 성공한 회사다.

노 대표는 현재 파이브락스 매각자금을 기반으로 리얼리티리플렉션이라는 벤처 창업에 힘을 보탰다. 초기VC 본엔젤스 역시 엔써즈, 매드스마트(틱톡) 등 다수 투자기업이 KT, SK플래닛 등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회수한 투자자금을 다시 유망 벤처 발굴·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M&A 효과를 톡톡히 본 벤처인사들이 재창업과 재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창업생태계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주도 창업생태계 육성 정책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체업계에서는 M&A 관련 세제지원 및 규제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는 기업들이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모바일 시대 이후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국내에도 수많은 창업 씨앗이 뿌려졌다. 새싹 역시 충분히 움텄다. 이제 씨앗을 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싹을 틔운 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창업생태계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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