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오늘…'속빈 강정' 엘론, 회계부정으로 문닫다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6.12.0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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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시 발생한 부채 SPC 설립해 떠밀어…무분별한 사세확장 등 결국 회사 부실 키워

구 엔론 사옥. /사진=위키피디아구 엔론 사옥. /사진=위키피디아


15년 전 오늘…'속빈 강정' 엘론, 회계부정으로 문닫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회사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다. 감추려 할수록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갔다. 회사 가계부를 조작한 이 회사는 미래가 보장된 탄탄한 회사에서 한 나라의 경제를 망가뜨린 골칫덩이가 됐다.

15년 전 오늘(2001년 12월2일)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가 일어났다. 엔론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이 적발돼 파산했다. 미국경제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이 미국엔 기업 투명성과 내부감사가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엔론은 1985년 휴스턴 천연가스와 인터노스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엔론은 단기간에 승승장구했다. 1986년 76억달러 수준이던 매출이 2000년 101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무려 660조원에 달했다. 2000년 엔론은 포춘 500대 기업 중 7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이 됐고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도 꼽혔다.

엔론의 수익모델은 기발했다. 에너지와 금융을 결합해 공급자와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이들을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챙긴 것이다. 천연가스 공급자가 엔론에 천연가스 생산량을 위탁하면 엔론은 이 생산량을 고정가격에 소비자에게 지급했다. 지금이야 금융산업이 발달해 익숙한 얘기지만 이때만 해도 새로운 사업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엔론의 효자사업이었던 중개업은 탄생부터 엔론에 치명적 약점이었다. 엔론은 인터노스와 휴스턴 내추럴 가스 간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이 인수합병(M&A)으로 엔론에는 50억달러의 채무가 발생했는데, 케네스 레이 당시 엔론 회장은 이 채무를 드러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주사업으로 생각한 중개업을 할 때 회사에 부채가 있는 것이 알려지면 엔론의 신뢰도가 떨어져 거래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을 걱정한 것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분식회계와 회계조작. 이를 주도한 건 맥킨지 출신 컨설턴트 제프 스킬링이었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엔론이 지고 있던 빚을 이 회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떠넘긴 것이다. 엔론은 이 법인들에 '지급보증'을 해줬지만 이는 엔론 재무제표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엔론이 지게 된 어마어마한 빚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사세는 더욱더 확대됐다.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씀씀이는 헤퍼졌다. 특히 직원들에게 무분별한 성과급을 나눠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엔론은 '카 데이'(Car day)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임하거나 인수합병이 체결되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바탕으로 미리 스포츠카 등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러는 사이 회사는 점점 망가졌다. 돌려막기를 하면서 급한 불을 껐던 엔론은 결국 현금 부족에 시달렸다. 결국 사채에 손을 댔고 거짓으로 매출을 부풀리기까지 했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과 관계를 쌓고 언론까지 로비했다. 회사 본연의 업무는 등한시한 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꼼수만 썼던 것이다. 결국 이들의 회계조작을 묵인해줬던 회계법인 아더앤더슨도 손을 들고 말았다.

결국 이 회사가 '속빈 강정'이란 사실은 곧 공개된다. 1주에 80달러에 달했던 주식은 5달러까지 추락했다. 회사는 파산했고 레이 회장과 스킬링은 경제사범으로 각각 24년4개월, 2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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