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저성장 극복, 길(道)은 자유무역에 있다

머니투데이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16.12.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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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자유로운 교역이 국제 분업과 기술이전을 촉진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아담 스미스 이래 경제학의 상식과도 같은 명제였다. 실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주도 성장을 통해 눈부시게 발전한 사실과 지난 30년간 세계 교역은 전 세계 GDP 성장률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해 온 사실은 ‘교역이 경제발전을 견인한다’는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의 증거였다.

그러나 당연시돼 오던 교역과 성장의 상관관계가 최근 점차 약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교역액은 지난해에 이어 감소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연간 교역량 증가도 GDP 성장의 약 8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글로벌 밸류체인 고착화 등 경기적·구조적 요인이 합쳐진 결과로, 무역자유화와 신흥국 성장으로 세계 교역이 특수를 누렸던 과거의 영광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은 보호주의의 확산이 교역 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다. 철강 등 제조업의 과잉설비(over capacity) 문제와 그로 인한 실업·양극화 등은 선진국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불만을 누적시켜 왔고, 올해 유럽·미국의 정치 이벤트를 거치며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교역 부진과 보호주의 확산은 글로벌 통상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각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개최된 ‘2016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는 이샤오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공격받는 자유무역’의 저자 더글라스 어윈 교수 등 통상 전문가들과 함께 무역을 다시금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재점화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 뜻깊은 자리였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이 여전히 중요한 성장 동력임을 강조하였고, 보호주의를 극복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새로운 규범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디지털 무역 등 새로운 분야의 교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필자를 포함한 토론자들이 제안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역 중단시 상위 10%의 구매력 상실은 28%에 불과하지만, 하위 10%는 63%의 구매력을 상실한다’는 영국 이고노미스트지의 분석 등 사실과 논리에 기반해 무역의 긍정적 효과를 알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역에 따른 피해 계층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도 중요한데, 우리 정부는 이미 2007년부터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피해기업 컨설팅·융자, 근로자 교육훈련 등을 지원해 호평을 받은바 있다. 세계 각 국도 국내대책 운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자유무역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중소기업·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교역을 창출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상품무역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 패러다임 변화 이후 비중이 늘고 있는 서비스 교역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베이·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 또한 중소기업들의 우수한 상품·서비스를 손쉽게 해외시장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각 국은 양자·다자간 협정을 통해 관련 규제 조화를 이루고, 지적재산권 등 필요한 분야에서 통일된 규범을 도출해야 한다.


끝으로 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새로운 무역질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TPP의 경우에도 향후 ‘재협상’, ‘미국을 제외한 발효’ 등 다양한 가능성이 남아있으므로 지속적인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여 년간 지역내무역협정(RTA)은 시장 개방도를 높이고 새로운 규범 도입을 통해 WTO 체제를 보완하고 글로벌 교역을 선도해 왔기 때문이다. 각 국은 교역확대와 자국 제도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국가와의 FTA를 지속 체결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교역을 통한 성장의 모범국가로서 보호주의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특히 내년 국내 개최 예정인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경제장관회의에서 보호주의에 대한 각 국의 공동대응을 주요 의제로 상정하는 등 글로벌 통상의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유관국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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