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금 지원 연구성과 디지털화해 공유가치 높여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6.12.05 03:00
글자크기

한선화 KISTI 원장, 오픈사이언스 내년 본격추진…지원비리·중복투자 방지효과

“공공자금이 지원된 연구성과를 디지털화해 국내외 연구자가 보다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디지털화된 대량의 R&D(연구·개발) 데이터를 공개·연계·처리하는 과정 자체를 과학화·자동화하면 과학 분야의 공유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내년도에는 ‘오픈 사이언스’ 기반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선화 KISTI 원장/사진=KISTI한선화 KISTI 원장/사진=KISTI


‘오픈 사이언스’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구결과를 디지털화해 공개함으로써 연구성과·과정에 대한 후속 검증과 추가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연구협력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개방형 R&D(연구·개발)를 일컫는다.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LIGO(리고) 과학협력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고협력단은 약 2.42PB(페타바이트, 약 100만 기가바이트)의 관측 데이터를 20개국 67개 기관 1000여명의 연구진에게 개방했다.

현 연구 패러다임은 1세대(실험)와 2세대(이론), 3세대(컴퓨팅지원)를 지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4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 연구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나 분석 소프트웨어(SW) 기술이 R&D 경쟁력을 결정짓는 토대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원장은 “1990년 이후 과학분야 단독연구 논문은 줄고, 다양한 분야, 여러 지역의 연구자들이 모여 수행하는 대형 협엽연구(공통저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000명 이상 참여한 대형 협업연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오는 2040년 논문당 평균 저자 수가 18.7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픈 사이언스는 기존 연구체계를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끊이지 않는 연구비 지원 비리나 중복투자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 원장은 “연구과정·성과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표절·데이터 조작 등 부정행위를 막고 연구 결과물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중복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오픈 사이언스를 통한 중복투자 방지로 4억 파운드(약 5900억원), 네델란드는 1.3억 유로(약 1619억원), 덴마크는 8000만 유로(약 997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줄이고, 융·복합 연구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선 공공 연구성과 공개 의무화 규정 등 오픈 사이언스 진흥 정책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정책실(OSTP) 중심으로 연구 데이터 공개 권리를 강화하고, 관련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픈사이언스 기반이 빈약하다. 과학기술 공유·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없는 데다 데이터를 개인의 연구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 무엇보다 R&D 데이터를 관리·활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오픈 플랫폼’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현 차세대 슈퍼컴 5호기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해 거대 첨단과학연구를 지원하는 공용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16개 지역망센터, 15개국 네트워크망 연동 사업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글로벌 협업연구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