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디지털화된 대량의 R&D(연구·개발) 데이터를 공개·연계·처리하는 과정 자체를 과학화·자동화하면 과학 분야의 공유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내년도에는 ‘오픈 사이언스’ 기반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선화 KISTI 원장/사진=KISTI
현 연구 패러다임은 1세대(실험)와 2세대(이론), 3세대(컴퓨팅지원)를 지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4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 연구가 보편화되면서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나 분석 소프트웨어(SW) 기술이 R&D 경쟁력을 결정짓는 토대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픈 사이언스는 기존 연구체계를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끊이지 않는 연구비 지원 비리나 중복투자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 원장은 “연구과정·성과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표절·데이터 조작 등 부정행위를 막고 연구 결과물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 중복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오픈 사이언스를 통한 중복투자 방지로 4억 파운드(약 5900억원), 네델란드는 1.3억 유로(약 1619억원), 덴마크는 8000만 유로(약 997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줄이고, 융·복합 연구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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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선 공공 연구성과 공개 의무화 규정 등 오픈 사이언스 진흥 정책이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정책실(OSTP) 중심으로 연구 데이터 공개 권리를 강화하고, 관련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픈사이언스 기반이 빈약하다. 과학기술 공유·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없는 데다 데이터를 개인의 연구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 무엇보다 R&D 데이터를 관리·활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오픈 플랫폼’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현 차세대 슈퍼컴 5호기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해 거대 첨단과학연구를 지원하는 공용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16개 지역망센터, 15개국 네트워크망 연동 사업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글로벌 협업연구 인프라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