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피의자 대통령, 국민이 부끄럽다

머니투데이 이승형 부장 2016.11.2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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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형의세상만사]

진화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뇌 구조가 정상인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사이코패스와 정상인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해 비교하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기능을 관장하는 뇌 구조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전문측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백질이 정상인보다 적어서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죄책감이나 수치심 등을 느끼지 못한다. 한 마디로 ‘공감’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의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범죄나 잘못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거나 태연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소시오패스(sociopath)’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후천적인 영향이 절대적이다.

소시오패스는 자라온 환경, 인간 관계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이코패스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옳지 않은 행동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잘못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시오패스는 유전적인 영향에 따른 사이코패스보다 더 악랄한 부류로 분류된다. 잘못임을 알면서도 부끄러움 없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모든 잘못에 대한 뉘우침은 부끄러움에서 시작한다. 부끄러운 줄 아는 순간이 참회와 속죄의 출발점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이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에게서 보게 됐다.

피의자이자 대통령인 박근혜씨가 기어코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지난 4일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했던 말은 불과 보름여 만에 허언이 됐다. 그녀는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지만 스스로 손바닥 뒤집 듯 제 말을 뒤집었다. 한 술 더 떠 검찰 수사 결과를 “환상의 집”“사상누각”이라고 폄하했다. 민심을 거스르고 끝내 제 살 길을 택한 것이다.

그녀의 태도 돌변은 이미 예견됐던 터였다. 언행 불일치와 거짓말은 그녀에겐 이미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와 거짓 해명을 하고 난 뒤 성난 민심에는 아랑곳없이 변호인을 내세워 ‘여성의 사생활’ 운운하며 변명만 되풀이하는 이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이미 그녀는 헌법 상 대통령에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며 버티는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지금 국민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람이 여전히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차관들 인사를 단행하며 “아직 나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걸 공무원들에게 과시하더니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하고 있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도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헌법 파괴, 국정 문란의 장본인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아직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다시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무시한 채 일을 하는 것, 이것은 죄다. 주인에게 머슴이 대드는 죄. 법률에서 말하는 죄는 아닐지 몰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서는 중죄다. 그녀의 죄과는 과거형을 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이 와중에 ‘세월호 7시간’을 온 국민이 묻고 있지만 여전히 답을 할 생각이 없다. 하야를 요구해도, 질문을 해도 외면한다. 이러니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만의 몫이다.

저서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를 쓴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며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데 능숙하다.
2. 보통 이상의 자극을 필요로 하며 그래서 자주 사회적, 신체적, 경제적, 법적 위험을 무릅쓴다.
3. 다른 사람들을 매혹해서 자신들의 위험한 모험에 동참시키며 거짓말과 기만행위, 기생적인 친구 관계 등으로도 유명하다.
4.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법이 없다.
5.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자신의 성격을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위장한다.
6. 자기 잘못이 들통날 경우 동정심에 호소한다.
7. 매사에 냉정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다.
8. 타인이 받는 고통을 큰 목적을 위한 희생이라고 합리화하며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잦다.

스타우트는 이에 대한 대처법도 소개한다. 이는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정신적 상태, 즉 좌절이나 절망, 무기력, 우울증, 수치심을 다소 완화하는 치유법이 될 수도 있겠다.

1. 글자 그대로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2. 상대가 경악스러운 행동을 해서 이해가 되지 않거나 믿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어라.
3.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는 상대가 제시하는 주장과 약속, 책임에 관한 삼세번의 규칙을 준수하라.
4. 존경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라. 우리는 흔히 두려움을 존경으로 착각하고 누군가를 두려워할수록 그 사람을 더욱 더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증폭시켜서 지지를 얻는 정치가는 합법적인 정치가이기 보다는 성공한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잊지 마라.
5. 그들의 게임에 동참하지 마라. 음모는 소시오패스의 도구다. 매혹적인 소시오패스와 경쟁하려는 유혹, 잔꾀로 그를 이기거나 정신을 분석하거나 그와 즐기려는 유혹을 떨쳐내라.
6. 그들을 당신의 삶에 받아들이지 마라.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마음 상해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그들은 상처받을 감정이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7. 쉽게 동정하지 마라. 만일 당신이 딱하게 여기는 누군가가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해를 입히거나 동정을 얻고자 한다면 거의 백 퍼센트 소시오패스로 보면 된다.
8.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을 구제하려고 애쓰지 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피의자 대통령, 국민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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