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주 열린 ‘2017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내년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치를 4%로 잡았다. 올해 목표(5%)보다 1%포인트 낮춘 수치다. 2015년 목표치(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날 임원진 워크숍을 마친 KEB하나은행도 내년 은행권 원화 대출 성장률을 올해 전망치 5.7% 보다 하향한 4.4%로 가정하고 내년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18일 내년 전략수립을 위한 경영진 워크숍을 여는 KB국민은행 역시 내년 대출을 올해보다 늘리기 어렵다는 전망 하에 전략 수립에 나선다.
특히 최근 2년간 은행권 대출 성장을 주도했던 소호대출(자영업자대출)과 주택담보대출마저 내년엔 늘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 위축 때 소호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대업 리스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 분양시장 열기가 꺾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주담대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하다. 대기업 대출은 내년에도 순상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서서히 줄여가고 있고 투자 위축 속 우량 대기업의 대출수요 역시 크지 않다.
동시에 ‘틈새’를 노린 일부 대출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하려는 일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 대출을 소폭 늘린 게 좋은 예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자수익에서 선방하고 자산관리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게 큰 방향"이라며 "동시에 대출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주춤한 사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지 내실을 기할지에 대한 고민 역시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