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에 한센병 환우의 아픔이 서린 작고 아름다운 섬 소록도. 소록도 중앙공원에 놓여있는 나병과 싸우는 천사의 상. /사진=김유진 기자
서울에서 KTX로 3시간을 달린 뒤 순천역에 도착해 1시간 30분 차를 타면 도착하는 '작은 사슴을 닮은 섬', 소록도. 우주센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함께 둘러보는 곳이다. 이 섬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역사를 가진 공간이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내보이고 있다.
이 섬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이다. 아직도 수백 명의 한센병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소록도에서 관광객과 주민들은 경고 문구가 적힌 안내판으로 구분된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남아있는 구 소록도 갱생원 검시실 내부의 모습. 한센인들은 이곳에서 사망 후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해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소록도 중앙공원을 걷다보면 나오는 '제비선창'. 일반인이 사용하는 부두를 이용할 수 없는 한센인들이 사용하던 선창이다. /사진=김유진 기자
그런데 어떻게 소록도를 관광객들이 드나들 수 있을까.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전염병'이지만, 환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이나 같은 공간 사용, 모기 물림 등을 통해서는 전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센인 거주지에 간다고 해서 감염되는 병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록도는 1916년 2월 24일, 일제에 의해 '소록도자혜의원'이라는 이름의 병원이 설립되며 한센인 격리지역이 됐다. 일제는 한센병 환자가 국가의 위상을 해친다고 판단, 환자들을 강제로 소록도에 몰아넣고 강도 높은 노역을 시키고 단종 및 낙태수술을 감행하는 등 반인권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에도 한센병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았고, 차별과 박해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센병을 관리하는 약물 등이 개발되면서 6000여 명에 달했던 한센인은 500여 명으로 줄었고, 격리된 환자 수 또한 급격히 줄어 현재는 앞서 격리된 환자들 외에 추가 입소 환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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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중앙공원에 그려진 벽화. 섬의 이름을 뜻하는 어린 사슴이 붉은 색으로 그려져 이곳의 아픈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김유진 기자
소록도 내 '소록 작은미술관'에 전시된 미술 설치작품. 현대 미술 작가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그럼에도 "한센병은 낫는다"는 문구와 함께,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벽화를 통해 한센병 희생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작은 미술관을 통해 소록도의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한센인들이 보여주는 삶을 향한 의지가 이곳을 찾는 모두에게 따스한 온기로 전달되는 곳. 소록도는 그런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