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회덕 분기점 인근에서 관광버스가 전복돼 이모씨(75) 등 4명이 숨지는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승용자 운전자 윤모씨(76)가 구속됐다. /사진=뉴스1
◇15년 뒤 '초고령사회'… 노인 교통사고 매년 1만건
15년 뒤 전체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는 노인 운전자 사고로 한 해 9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고령운전자 사고는 지난달까지 9550건(부상 9486, 사망 644명)이 발생했고 △2015년 1만2531건(1만2350, 957명) △2014년 1만1224건(1만984명, 928명) 등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증가는 노인 운전자에 대한 선입견과 세대갈등까지 초래하고 있다. 노인 운전자들은 신체 변화로 인한 문제들을 인정하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도로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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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무사고 운전자 박모씨(63)는 "(운전이)예전 같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더 조심하려고 노력한다"면서도 "정책적으로 고령 운전자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대중교통 이용도 여전히 제한적인 가운데 운전대마저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교통복지 차원의 침해소지도 크다. 특히 자녀들이 출가했거나 혼자 거주하는 경우 병원·마트 등을 직접 운전해 가야하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은 여전히 위험·불편하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시골 등에서 운전이 필수적이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면허시험이 쉬워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노인의 문제로 보기는 힘들고 운전 연령제한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중교통·도로 환경 개선 등의 대안없는 규제는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제한은 '무리수'… 전문가들 "인식개선·인프라 갖춰야"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답을 마련하진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경찰청은 75세 고령운전자 면허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교통안전교육도 의무화했지만 시력·인지력 등 실질적 신체검사 항목 등에 대해선 손을 대지 못한 상태다.
/자료제공=경찰청
영국은 2014년 운전습관 등을 분석해 '속도적응력·도로상황 이해'를 골자로 한 고령 인구 안전운전 로드맵을 마련했다. 음주·과속하는 노인은 드물지만 좌·우회전, 차선합류 등의 사고가 많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은 2025년 85세 이상 인구가 10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은 노령 운전자를 위한 표지·신호 체계 정비와 차선을 다시 그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브레이크·안전띠 등이 작동하는 '실버 자동차' 개발도 장려한다.
일본은 노인 운전자 우대 정책으로 사회적 인식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생활화를 집중 교육하고 전용 주차장과 차량(노인 표시)스티커 등을 통해 사회적 배려도 꾀하고 있다.
삼성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는 시력·반응속도 저하 등으로 신호확인과 방향감각 등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며 "고령 운전자는 신체변화를 인정하고 적절한 운전법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일반시민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와 조직, 예산 등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며 "고령자 운전자 사고율은 높지만 절대적인 사고 건수는 적은 만큼 관련 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