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퇴요구 · 당직사임 릴레이 속 이정현 '버티기'

머니투데이 우경희, 고석용 기자 2016.10.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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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계파불문 당 절반이 사퇴 요구, 친박 당직자 연이어 사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비박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10.31/뉴스1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비박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10.31/뉴스1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관련해 새누리당내 의원들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연이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계파를 불문한 사퇴 요구에 지도부는 일단 '버티기'를 선택했지만 상황은 녹록찮다. 당직을 보유한 친박계 의원들의 당직사표도 이어자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당 소속 국회의원 41명은 31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현 이정현 지도부가 총사퇴할것과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날 회동은 김 전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류를 이뤘지만 그간 친박이나 범친박으로 분류됐던 의원들도 적잖이 모습을 비췄다. 비박계 회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거다. 회동에 참석한 이학재 의원은 회동 직후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는 여전히 친박(친박근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41인 회동과 동시간에 이뤄진 초재선 의원 중심의 21인 선언 역시 뚜렷한 계파구분이 없었다. 범친박계 오신환 의원이 간사를 맡은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모임'은 "청와대 눈치만 본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총사퇴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당 해체까지 각오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 역시 본인의 비박 전향이나 당의 분열 등으로의 해석은 강하게 경계했다. 오 의원은 "초유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현 지도부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계파를 초월한 혁신이 돼야 한다는 것이 초재선 의원들의 강한 의지"라고 말했다.

 김무성, 나경원, 정병국, 강석호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선실세 의혹 등 정국 현안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비박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10.31/뉴스1  김무성, 나경원, 정병국, 강석호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선실세 의혹 등 정국 현안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비박계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10.31/뉴스1
이날 오전 상황에 앞서 전날 밤에도 20여명의 의원들이 회동하고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교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복된 인원을 제하더라도 계파불문 당내 소속 의원의 절반 가량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41인 회동 브리핑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전날 밤 회동을 통보했을 때 참석하거나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힌 의원이 모두 54명이었다"고 밝혔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여당 중진의원은 "나는 54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친박이나 비박 구분이 없는 중도적 비대위를 구성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직을 보유한 친박계 의원들의 이탈도 연이어졌다. 앞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오 의원이 당 홍보본부장직을 사임한데 이어 김현아 대변인도 당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당대표에게 사의를 밝혔다. 당직을 가진 의원들의 추가적 사의 표명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당내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정현 지도부는 일단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도부는 조직이 어려울 때 책임감을 갖고 극복하는게 의무"라며 "지금은 일단 이 난국을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광림 정책위의장 역시 "당 지도부는 모두 같은 생각"이라며 "지도부가 책임지고 상황을 수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언제까지 현재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이정현 지도부로는 여야 합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당내 절반 이상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친박이 저렇게 버티면 당에 새로운 계파갈등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지도부 퇴진요구에 대해 무책임한 지도부 흔들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지금은 당내 리더십을 세워줘야 할 때"라며 "이제와서 지도부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사태 수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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