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구름 대책" 대우조선 다음 정부로 떠넘겨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6.10.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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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허비, 선박펀드는 가수요로 해운 공급과잉 야기…3강 유지는 저가수주 심화로 전체 고사

정부가 2020년까지 3강을 유지하는 조선산업 대책을 내놓자 업계에선 "결국 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관리 책임을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조조정 대상에서 당분간 회생 가능성을 이어가게 된 대우조선은 안도한 반응을 보였지만 현대중공업 등 나머지 조선사들은 "정부 대책이 면피성 미봉책"이라며 "수출산업인 조선업을 내수로 부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대우조선을 살려 저가 수주경쟁을 계속 부추기면 모두 서서히 고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1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업계가 받아들이는 요점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선박펀드를 만들어 선박 발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3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다 같이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박펀드를 통한 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가 국내 발주사로부터 주문받는 비율은 호황기를 기준으로 5% 이하에 머무른다. 이 정도의 비중을 물량을 늘려 공급한다고 해도 조선 3사의 경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대우조선에 몰아줄 경우 국민의 돈으로 죽어가는 회사를 연명한다는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사 관계자는 "3개사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선박펀드 설립과 정부 주도의 발주량이 언급되지만 호황기에도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한 펀드를 무슨 돈으로 채우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최근 하이투자증권 등의 선박펀드가 손실이 나서 송사 위험을 겪는 것을 감안하면 펀드 대책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고 그런 가공 수요를 창출할 경우 그러잖아도 문제가 큰 해운업에 공급과잉 문제를 전이시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발주사든 선박펀드 발주든 현 상황에서 조선 3강 중에 대우조선이 저가가격 입찰을 제외하면 기술적 우위가 없는데 어떤 주체가 대우의 장기 생존에 자기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일감을 주겠느냐"며 "대우조선이 가격을 깎거나 헤비테일 방식의 대금수납을 계속할 경우 남은 두 회사들까지 가격할인을 요구받아 조선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는 정부와 협회가 3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행했던 컨설팅 결과가 이번 대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계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대우조선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분산시켜 2강 중심의 경쟁체제를 만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0억원이 넘는 돈과 수개월을 기간을 들였는데도 이번 대책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경제논리와 정치논리가 별개로 움직이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당초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이 주도한 서별관 회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다른 관계자는 “노조와 지역주민의 반발이 클 것을 우려해 정부와 공무원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내용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며 “국민 세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대우조선을 유지하고 그 책임을 국책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뒤집어 쓰라는 말”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실질적 수혜자인 대우조선 관계자는 “(관련 대책에) 확실한 출자전환 계획 등이 빠져있어서 알 수 없지만 회생의 기회를 정부가 다시 부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대주주와 정부에 보고했던 자구계획을 정성립 사장 이하의 임직원들이 반드시 지켜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오늘의 결정이 훗날에 좋은 시범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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