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엉뚱한 불똥, 내년 장애인실업팀 창단 ‘0’건 위기감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11.0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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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김지훈 기자.


0건.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내년 지원 예산 편성을 위해 10월 시행한 창단 수요 조사에서 받은 관련 문의 수다.

전선주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진흥부장은 “지난해 10월에는 26곳 정도에서 창단 및 입단(기존 비장애인 실업팀의 장애인 선수 채용) 관련 문의를 받았으나 올해 10월은 이 같은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이대로면 내년 실업팀 창단이 전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31일 말했다. 내년 장애인 실업팀 창단이 없다면,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창단이 없는 해가 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장애인 체육계 관계자들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논란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 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5월 창단한 장애인 실업팀(휠체어 펜싱팀)의 스포츠 에이전트(대리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국내 장애인 체육계에 스포츠 에이전트가 처음 진출한 사례로 기록됐지만, 지금은 국가를 뒤흔든 비리 사건의 중심에 섰다. 문체부 측은 에이전트 계약이 장애인 선수들을 돕기 위한 선의의 계약이라고 설명하지만,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엉뚱하게 장애인 체육계로 불똥이 튄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안 확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 창단이 변수지만 이미 부정적인 기운이 감지된다. 창단 수요 조사에서 실업팀 창단 의사가 있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장애인 실업팀 결성이 위축될 조짐이다.



장애인 체육계는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처우 개선에 실업팀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장애인 실업팀은 20개 종목 62개 팀으로 소속 선수 241명 수준이다. 전체 등록 장애인 선수 1만 5200명 중 불과 1.6%만 실업팀 소속이다.

장애 선수들에게 실업팀 창단으로 삶의 희망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더블루케이 관련 의혹이 규명되어야 한다. 최순실은 물론 측근 및 관련 의혹을 받는 관계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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