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리포트] 의사 Vs 치과의사 레이저시술 분쟁…헌재行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10.2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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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직역다툼] ➁치과의사의 '레이저 시술'…국민건강에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theL리포트] 의사 Vs 치과의사 레이저시술 분쟁…헌재行


지난 7월 5일 서울 성동구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관련 대국민 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던 모습/사진=뉴스1지난 7월 5일 서울 성동구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관련 대국민 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던 모습/사진=뉴스1
의사와 치과의사 간 얼굴 주름 레이저 시술 권한을 둘러싼 분쟁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지게 됐다.

지난 18일 대한피부과의사회(회장 김방순)는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과의사 안면시술 허용 규정에 대한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는 의료법 시행규칙 상의 '구강악안면외과' 규정을 문제 삼았다. 피부과의사회는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와 치과 전공 가운데 구강악안면외과에 대해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상위법인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 면허와 치과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 마치 치과의사도 ‘안면부 전체’에 대한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이 불충분해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입법이 불충분한 점을 문제삼아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 성난 피부과의사회…헌법소원 청구 배경은?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최근 '치과의사에게도 안면부 시술이 허용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환자들의 안면 부위에 미용 목적으로 주름제거, 피부 잡티제거 등 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이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시술한 레이저 시술들은 안전성이 상당히 검증돼 있고 치과의사가 전문성을 갖는 구강악안면외과학 범위에 속한다"며 "치과의사가 해당 시술을 한다고 해서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공중위생상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대법원은 "의료법은 의사의 경우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의사나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다"면서도 "치과의사나 의사 등의 진료 범위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판결이 나오자 피부과의사회는 "의사면허와 치과의사 면허 구분 자체를 무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판결"이라며 "이는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결과적으로 의료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유는 불명확한 의료법 시행규칙 탓"이라며 '구강악안면외과'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해당 조문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청구를 하게 된 것이다.

◇ 법 규정 미비를 다투는 헌법소원도 가능할까?

이번 피부과의사회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는 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인 유화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명)가 작성했다.

기자회견 당시 유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한 부진정입법부작위와 국민의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헌법소원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제기하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이며, 다른 하나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기각된 경우에 제청신청을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헌법소원인 '위헌심사형(규범통제형) 헌법소원'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입법부의 입법이라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다투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공권력의 행사'에서 법원의 ‘판결(判決)’은 제외된다. 피부과의사회가 대법원 판결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렀음에도 직접 대법원의 판결 자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지 못하고, 법 규정을 문제 삼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위 입법미비를 뜻하는 입법부작위가 언제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으로 입법에 위임을 했음에도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았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했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이 가능한지와 관련해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그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헌법위반을 내세워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소정의 제기기간을 준수해야 한다(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4헌마235 결정)"는 입장이다.

◇ '국민 건강권 수호'…같은 논거로 서로 다른 주장하며 대립


이번 대립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양측이 모두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1순위 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치의협은 대법원의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의사단체는 치과 진료영역에 대한 소모적인 법적분쟁 제기나 왜곡된 주장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의료인들이 하나 되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의협은 "앞으로 3만여 치과의사들은 치아, 구강, 턱 그리고 얼굴 부위의 전문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치의협은 국민들에게 최상의 진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판결을 두고 피부과의사회는 “현행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진료 범위는 치과 진료와 구강보건지도”라며 "의료법 시행규칙이 불명확하고, 대법원이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과의사에게 레이저 시술이 허용된 것을 치과의사 측은 국민의 건강이 증진됐다고 보는 반면, 피부과의사회 측은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피부과 전문의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항의의 뜻을 드러내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지난달 5일부터 시작해 무기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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