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권익위… 국민들만 '답답'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최동수 기자, 박다해 기자 2016.10.2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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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답 없는 권익위… 국민들만 '답답'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한 달간 사회 각 분야의 유권해석 질의는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이 늦어지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정부합동TF'를 구성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법과 국민이 느끼는 사회정서상의 간극을 좁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국내은행의 준법지원부서 등에서 질의서를 받아 권익위에 제출했다. 10만명에 달하는 은행원들의 청탁금지법 적용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법에 명시된 '공무수행사인'에 은행원들이 해당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공무수행사인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자 △공공기관에 파견 나온 민간인 △공무상 심의·평가 등을 하는 자로 규정돼 있다. 이들은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인 신분이지만 공직자 등과 똑같이 법 적용을 받는다.



은행이 취급하는 위임·위탁 업무는 국고금 수납(기획재정부)을 비롯해 외국인투자신고서 접수(외국인투자촉진법), 구매확인서발급(대외무역법), 외환 신고·취급(기재부, 한국은행), 나라사랑카드(군인공제회) 등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고금 수납은 모든 지점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데 청탁금지법에 모두 해당하는 건지 혼란스럽다"며 "유권해석이 늦어지면서 고객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소형 민간 공연기획사들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마케팅·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획사들이 언론사에 제공하던 취재목적의 티켓 운용에 대해 권익위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서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 자체적으로 해답을 찾아야 될 것 같다"며 "내년 공연도 프레스 존을 따로 구성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공연을 앞두고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권익위에 거듭 확인을 구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했다"며 "청탁금지법이 명확하고 구체화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법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합동TF를 구성하고 27일 첫 차관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청탁금지법 자체가 포괄적이고, 모호한 점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테두리 내에서 유권해석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근본적인 개선이 아니라 집행강도를 약간 줄이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적용대상을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영역까지 지나치게 확대한 광범위한 행위 규제"라며 "유권해석TF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법 개정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TF 운영보다 적용대상에 포함된 학교·병원·문화예술계 등의 인사도 포함시켜 의견을 들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이 각 생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모두 알 수 없지 않느냐"며 "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가 아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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