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전망 누가 더 정확할까…‘한은 vs 연구기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6.10.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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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7%, 민간연구기관 2.3~2.5% 건설경기 전망 엇갈려…내년 성장률 전망도 격차 커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


“올해 2.7%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올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 한은 전망은 낙관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놓고 한국은행과 민간연구기관이 다시 맞붙었다. 민간연구기관보다 훨신 많은 조사 인력을 보유하고도 최근 성장률 전망과 실적치 오차가 컸던 한은이 올해에는 정확도를 높여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전망오차 왜?…건설경기 판단 엇갈려= 통상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에 가장 많은 격차가 나고 하반기로 갈수록 좁혀진다. 그런데 올해에는 10월 전망치인데도 한은과 연구기관들의 격차가 여전히 큰 편이다.

한은은 지난 13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7월 예상했던 2.7%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2.5%), 한국개발연구원(2.7%), 한국경제연구원(2.3%) 등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은 0.1%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다른 기관들은 대체로 낮췄다.



특히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전기대비 –0.4%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직후인 2008년 4분기(-3.8%) 이후 8년 만에 역성장을 예측한 셈.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제외해도 소비·투자 위축으로 4분기 경기가 급랭할 것으로 우려했다.

다른 민간연구기관들은 역성장까지는 아니어도 올 4분기 0.2~0.3% 수준의 낮은 성장세를 예상한다.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위축 등이 주된 근거다.

한은과 민간연구기관 경제전망은 특히 건설투자 부문에서 엇갈린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전년동기대비 10.5%로 예상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로 분당, 일산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었던 1993년(11.9%) 이후 23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다.

반면 민간연구기관들은 올 하반기 건설투자 성장률을 5% 미만으로 예상한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까지 주택착공 물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달리 민간연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1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1
◇ 한은 “4분기 제로성장해도 2.7% 가능”=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자신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고 추경, 내수진작책으로 4분기 경기급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한은은 올해 3·4분기 평균 성장률이 0.5% 정도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2.7%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안팎에선 올 3분기 국내 성장률을 0.7~0.8%로 예측한다. 3분기는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만약 3분기 성장률이 0.8% 안팎이면 4분기에 설령 ‘제로 성장’(0%)을 하더라도 연간 2.7% 성장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은 경제전망을 더 신뢰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4분기 성장률이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은 성급하다”며 “동의할 수 없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5일 올해 3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한다. 이 결과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 성적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격차 더 큰 내년 전망…누가 웃을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더 크다. 한은은 2.8%를 예상하지만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2.2%로 이보다 0.6%포인트 낮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특히 주력 생산인구인 30~40대 인구가 1% 이상 줄어 생산과 소비활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수출부진도 지속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도 한은은 4% 초반대, 민간연구기관들은 1% 초중반대로 격차가 상당하다. 내년 수출과 관련해서도 한은은 올해보다 회복세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민간연구기관들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내심 자신하는 분위기다. 전망의 전제를 국제기구보다 보수적으로 추산했다는 설명이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경제전망 담당)는 “IMF는 내년 세계성장률을 3.4%, 교역신장률을 3.8%로 전제했는데 우리는 세계성장률 3.2%, 교역신장률 3.0%를 전제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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