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오늘…흥분한 삼성 야구팬의 '해태 버스 방화사건'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6.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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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경기서 진 삼성 팬 2000여명, 해태선수단 버스에 불 지르고 난동

1986년 10월22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해태 타이거즈는 삼성 라이온즈를 6-5로 역전승했다. 홈팀이 패배하자 삼성팬들은 해태 선수단의 버스에 난동을 부렸다./사진=OSEN1986년 10월22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해태 타이거즈는 삼성 라이온즈를 6-5로 역전승했다. 홈팀이 패배하자 삼성팬들은 해태 선수단의 버스에 난동을 부렸다./사진=OSEN


30년 전 오늘…흥분한 삼성 야구팬의 '해태 버스 방화사건'
1986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선 영호남 라이벌인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가 맞붙었다.

당시 해태는 1983년 한국시리즈 우승, 삼성은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 등 각각 한 번씩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를 이기는 팀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번의 우승을 하는 것이었다. 양 팀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해태 홈구장인 광주무등야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해태는 국보급 투수인 선동렬을, 삼성은 진동한을 선발로 내세웠다. 선취점은 삼성이 뽑아냈다. 7회 초 삼성 공격 1사 상황. 이만수가 친 공은 좌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김성래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날리면서 2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7회 말까지 무실점 호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투수 진동한이 관중이 던진 유리병에 머리를 맞으면서 부상을 입은 것이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삼성은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김시진은 상대 김성한에게 1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내 9회 초 삼성이 밀어내기로 1점을 추가하면서 3대1로 리드를 지켰다.



종료를 눈앞에 둔 9회 말 해태가 2점을 추가로 뽑아내면서 동점 상황이 연출됐다. 연장전에 돌입한 두 팀은 경기를 11회까지 이어갔다. 해태의 공격이 시작된 11회 말, 조충열의 안타와 김일권의 번트, 서정환의 볼넷, 김성한의 결승타가 나오면서 해태는 3대4로 역전승했다.

대구 팬들은 분노했다. 더욱이 광주 팬들의 난동으로 투수 진동한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경기까지 패하자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들의 분노는 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 폭발했다. 30년 전 오늘(1986년 10월22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3차전이 시작되자 관중석에선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삼성은 김시진이, 해태는 이상윤이 각각 선발로 나왔다. 6회까지 투수전을 벌이던 두 팀은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진동한이 실투로 점수를 내주면서 결국 해태가 6대5로 역전승했다.

홈팀인 삼성이 패하자 관중들은 더욱 흥분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관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장에 빈소주병과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대형 플라스틱 통도 날아다녔다.

일부 관중들은 경기장 내 주차장에 세워둔 일반인 승용차 4대의 유리창을 깼다. 이 과정에서 5~6명의 관중들이 부상을 당했다.

흥분한 관중들은 해태 선수단 버스에도 난동을 부렸다. 야구장 제1 출입문쪽으로 몰려나오던 삼성 관중 2000여명은 선수들을 태우기 위해 경기장 쪽으로 오던 해태 소속 리무진버스를 발견하고 돌과 빈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버스운전 기사가 차를 세우고 달아나자 2명의 청년은 버스에 올라 타 차내 커튼을 뜯어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차량과 차내에 있던 VTR과 야구 배트 등이 전소됐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다른 해태 소속 버스 1대도 피해를 입었다.

선수들도 발목이 묶였다. 삼성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30분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해태 선수들은 경기장 관리실로 대피했다가 밤 11시5분쯤 현장에 출동한 경찰차를 통해 숙소로 돌아갔다.

그 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해태가 통산 4승1패로 삼성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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