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이 새로운 기능이 가진 소멸의 미학에 주목했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쓴 글은 수 년이 지난 뒤 흑역사가 되어 떠오르곤 했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한 번 올린 뒤 일부러 찾아 지우지 않으면 남들이 자신의 오랜 기록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조였다.
최근 SNS가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데이터는 점차 더 많이 잡아먹어 몸무게는 무거워졌지만, 게시물이 담는 콘텐츠의 내용과 감성은 날이 갈수록 중량을 덜어내고 있다. 저장용이 아닌 소비용으로 SNS 사용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지난 8월 출시한 신기능 '스토리'. 왼쪽 위 빨간색 박스에 표시된 것처럼 게시물을 게재하면 24시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사라진다. 친구들이 올린 스토리 게시물은 직육면체 박스처럼 옆으로 넘기며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공식 게시물
인스타그램의 이 신기능에는 '좋아요'와 댓글을 달 수 있는 창구기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SNS에 무언가를 올리고 싶어도 타인의 게시물에 달리는 관심과 자신이 받는 관심을 비교하며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그동안의 SNS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김씨는 "아직 주변에서 이 기능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고,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신기능이 미국 등 서양에서 높은 인기를 이미 입증한 '스냅챗(snapchat)'의 게시물 24시간 게재 형식과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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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SNS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점차 더 가벼운 콘텐츠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SNS를 통한 소통의 욕구가 커지는 동시에, 그 소통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언급됐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소통의 욕구로 SNS를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용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경각심이 생겼을 것"이라며 "SNS를 운영하는 기업 또한 다원화되는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