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가 쌓아온 것들에 주목한다. 나의 이력, 나의 지위, 나의 재산, 나의 집안, 나의 집, 나의 차……. 나의 옷, 나의 지갑, 나의 구두, 나의 향수, 나의 벨트, 나의 시계, 나의 목걸이, 나의 반지, 나의 핸드백…….
그래서 모든 더하기는 덧없다. 모든 더하기는 실패한다. 그것은 이김으로써 지는 '패자의 게임'이다. 나는 평생 어깨가 휘도록 더하다가 주저앉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졌구나! 나는 패자다. 루저다. 아, 나는 누구인가?
이 화려한 이력은 내가 아니고
이 선량한 인격은 내가 아니고
이 반듯한 철학은 내가 아니고
이 빛나는 집은 내가 아니고
이 값비싼 차는 내가 아니고
이 두툼한 지갑은 내가 아니고……
인도의 명상가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 '침묵의 성자'라 불렸던 그가 한 평생 파고들었던 단 하나의 화두가 '나는 누구인가?'였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 '빼기'였다. 그의 가르침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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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로 이루어진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시각 · 청각 · 후각 · 미각 · 촉각 등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내가 아니다.
말하고, 움직이고, 붙잡고, 배설하고, 생식하는 다섯 가지 운동기관은 내가 아니다.
호흡 등의 다섯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프라나 등의 다섯 가지 기(氣)는 내가 아니다.
생각하는 마음도 내가 아니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도 내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아니다’고 부정하고 나면 그것들을 지켜보는 각성만이 남는다.
그것이 바로 나다.
나는 몸이 아니다. 나는 마음도 아니다. 내가 몸이 아니고 마음도 아님을 아는 그 각성, 그 알아차림이 바로 나다. 나의 몸과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밝은 의식이 곧 나다. 이런 뜻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뺄셈이 좋다. 내가 더해온 것들이 부질없음을 알았기에. 그것들을 뺄 때마다 진짜 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에. 뺄셈을 할 때마다 숨 막힌 삶에 숨통이 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