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2016.9.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30일 저녁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기자들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의 관용 차량에 현대백화점 VIP급에 해당하는 '자스민 카드'가 부착된 장면을 일부 기자들이 발견했다는 얘기다. 이 당직자는 "자스민 카드는 현대백화점에서 7000만원 이상 구입해야 나오는 카드"라고 덧붙였다.
캐묻고 감추기가 일수인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에서 '물 먹을 것'이라고 걱정까지 해주며 사건을 알려주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마치 '알려줄테니 빨리 기사로 작성하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하지만 당시 이를 들은 기자들은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정 의장이 자신의 돈으로 쇼핑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김 장관의 해임안 가결 직후부터다. 국감 거부의 명분을 두고 지도부 내에서도 어떤 이들은 김 장관이 해임당할 사유가 없으니 해임안 자체가 문제라 했고 어떤 이들은 정 의장의 차수 변경과 해임건의안 의결 과정을 문제 삼았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형사고발하고 방미 중 일등석 이용, 강연 중 시계 선물 증정 등을 시비삼아 선거법 위반까지 거론했다.
기싸움에서 이길 생각만으로 쏟아낸 이슈들은 역으로 이번 투쟁의 본질을 잃게했다. 이번 싸움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국감 피하기', 혹은 '내년 대권 주도권 잡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