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사망진단서 수정, 각종 의혹 병원이 해소해야"(종합)

뉴스1 제공 2016.09.30 20:15
글자크기

백남기씨 유가족·투쟁본부, 서울대병원에 공개질의
서울대 의과대생 102인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는 오류"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씨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족측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씨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족측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고 백남기씨(69)에 대한 부검영장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족과 백감기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에 공개 질의를 통해 사망진단서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투쟁본부)는 30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에 공개질의했다.



이날 유가족과 투쟁본부 측은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사인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 급성신부전증, 선행사인 급성경막하출혈 등 사망 원인과 '병사'로 기록된 사망 종류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김경일 교수는 사고 당시 백남기씨의 뇌를 찍은 CT 촬영지를 공개하며 당시 뇌사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눈동자가 열려 있었고 호흡 또한 없어 뇌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당시 응급의는 유족들에 '수술을 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 후 상황 또한 반사작용조차 없던 상황이 열 달이 다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좋아진 적이 없다"며 "그렇다면 이 수술은 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또한 "CT를 접한 의사나 수술에 참여한 사람 등 누구나 (물대포가)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보라 인의협 소속 교수는 "신경학적인 의사 소견이 수술을 한 날부터 마지막 숨진 날까지 단 한 번도 좋아지지 않았다"며 사망 원인이 명확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일 변호인단장은 "CT촬영은 후송 직후에 찍힌 것"이라면서 "당시 살수차의 충격으로 넘어진 것으로 이런 설명을 들었다면 어떤 자녀가 다시 부모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수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무기록지와 최초 CT사진을 보더라도 부검이 필요없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을 언급하며 "사망의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은 기록할 수 없다"며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사망의 증세라고 할 수 있고 절대로 '사망 원인'은 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은 '심폐정지'를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으로 쓰지 말라고 한다"며 "그런데 왜 서울대병원은 '심폐정지'로 기재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측은 지난해 11월16일 '11월14일 물포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에게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라며 "그냥 서 있다 넘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은 "그렇다면 백씨가 외부의 강력한 충격에 의한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에 "(백씨의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표기한 이유에 대해 밝혀주길 바란다"며 "'병사'라는 기재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용의가 있는지, 수정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가족들의 소견서작성 요청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장이 거부한 이유에 대해 밝혀달라는 뜻도 전했다.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백씨의 수술을 집도하고 10개월간 백씨를 담당해온 백선하 신경외과장에게 22일 '의사소견서'를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에서 경찰에 백씨의 상태를 가족보다 먼저 알린 의혹도 제기했다.

유가족 측은 "그간의 정황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아버님의 상황을 미리 연락하고 그 이후에 우리에게 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보고 유무와 이유에 대해 캐물었다. 또 지난 7월17일 백씨가 위독했을 당시 시설보호요청을 한 경위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이 질의서를 서울대병원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이 변호인단장은 경찰의 영장 집행 협조 공문에 대해 "유가족들이 아직 (공문) 수령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협의를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유가족과 투쟁본부 측에서 공개하겠다던 지난해 11월14일 수술 직후 의사면담 동영상은 추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 102명은 이날 '선배님들께 의사의길을 묻습니다'란 성명서를 통해 "환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의 종류는 선행 사인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고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택한다"며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다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백시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며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저희가 배운 것과 달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오류는 의학적, 법적으로 명백했던 고인의 사인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전문가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범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그 무엇보다 환자를 우선으로 하라는 것이 저희가 선배님께 받은 가르침"이라며 "전문가 윤리를 지켜오신 선배들이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주십시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인희협 소속 김경일 교수가 백씨의 CT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9.30/뉴스1 © News1인희협 소속 김경일 교수가 백씨의 CT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9.30/뉴스1 © News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