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증도용'에 눈뜨고 코베인 건보료, 年 4400억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6.09.2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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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규에 외국인, 재외국민 보험 부정수급 만연

'건강보험증도용'에 눈뜨고 코베인 건보료, 年 4400억


미국 영주권자 A씨(35·여)는 자녀 두 명과 함께 한국 친정집을 찾았다. A씨는 한국 체류 2주간 친자매 B씨(37) 이름을 빌려 치과에서 양쪽 아래 어금니 신경치료와 함께 금니를 씌웠다.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건강보험 적용 후 A씨 부담액은 30만원을 넘지 않았다.

A씨는 지인들에게 "미국 같았으면 수백만원이 들었을 것"이라며 "왕복 항공료를 뽑고도 남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한 지인은 "A씨에게서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국인과 재외국민들의 건강보험증 도용(이하 증도용)이 대범해지고 이들에 의해 매년 수천억원의 부정수급이 이뤄지는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증도용(대여 포함)에 의한 4억6000만원대 건강보험료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적발된 인원은 모두 316명이고, 부정수급액 중 환수된 금액은 3억3000만원이다. 증도용 적발인원과 부정수급액은 2011년 247명, 2억원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해외 국적을 취득했거나 보험료를 미납한 외국인 등 '보험자격 상실자'들의 부정수급은 더 심각하다. 2011년 2만여 명이던 적발인원은 2015년 3만7000명으로 급증했고, 부정수급액은 21억원에서 31억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증도용은 주로 가족 등 일가친척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명의를 빌려준 쪽에서 예기치 않은 피해로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다수 교민 사이에서 증도용은 광범위하게 자행되지만 적발 인원이나 부정수급액 규모가 미미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증도용에 의한 보험재정 누수액이 연간 4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누수액은 중증질환 등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증도용 수법과 원인을 알면서도 허술한 관련 법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행 법은 병원이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할 의무 규정이 없다. 많은 병원에서 환자가 주민등록번호만 기재하면 신분증 사진과 대조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아직 보험재정 여력이 있어 증도용 문제가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고령화와 그에 따라 급증하는 의료비 규모를 생각하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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