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살균제성분 논란…손해배상은 어려워?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6.09.3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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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팩트체크]치약값 환불외 정신적 피해 인정 등 큰 폭 손해배상은 어려울 것…입증 책임 전환 등 소비자 보호 필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마트 관계자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을 매대에서 회수하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마트 관계자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을 매대에서 회수하고 있다./사진=뉴스1


"어머, 우리 집도 그 치약 쓰는데…"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국회의원의 폭로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전문가들은 이번 치약 성분 논란을 포함해 생활용품의 유해성이 발견되더라도 큰 폭의 손해배상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거나 관련 제품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 입증책임의 전환 등의 향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치약은 현재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다. 제품이 의약외품으로 지정되면 허가를 받아야 유통이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거치게 된다. 치약의 경우 처음부터 상당히 엄격한 안전관리의 대상이었단 얘기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은 "치약 보존제와 관련된 의약품 품목허가 신고 관련 규정에 따르면 치약 보존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 프로필 3가지뿐"이라며 "그런데도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CMIT와 MIT를 보존제로 사용한 것은 업체의 도덕적해이와 정부의 감시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다만 CMIT와 MIT의 경우 외국에서도 치약보존제로 사용되고 있고 이 물질들이 치약으로 사용됐을 때는 큰 위험이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제품을 초기에 허가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현율)는 "가습기 살균제와 다르게 실제 제품의 사용으로 어떠한 건강 이상 문제가 현실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이 실제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이 사태의 최종 논의는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과 결부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어야 할 시기"라고 봤다.

식품·의약 전문인 김태민 변호사(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는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양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라며 "검출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양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 있고 그에 따라 실제로 인체에 유해한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치약을 구매한 소비자가 손배해상 청구를 할 경우 식약처 발표대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었을 뿐 실제로 유해성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치약 소비자가 치약 제품의 가격을 환불 받는 정도는 가능하더라도 그 이상의 손해배상은 어렵단 얘기다.

김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법제도에서는 어떤 제품이 유해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가 크더라도 그것을 소비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해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힘들다"면서 "집단 소송도 좋지만 일단 입증 책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와 기업의 소송에서 정보의 차이와 비용 문제 등으로 개별 소비자가 제품 하자와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입증 책임 전환을 통해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도록 바꾸면 소비자들이 손해 배상을 받기가 더 쉬워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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