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미안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자네가 부주의했던 점이 담당자의 심기를 건드렸네. 초 인공지능이 이차 종말을 유발할 수 있단 건 교육을 통해 이미 배우지 않았나?"
면접 이후 두 번째로 보는 중간 관리자는 제타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업무 과실로 인한 해고는 퇴직금도 없다. 그러나 제타는 개의치 않았다. 수중감옥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다행이었다. 마이클 무어는 인공지능 불법 개조 혐의로 수중감옥에 갇힐 게 분명했다.
"아무렴. 그런 행운이 두 번이나 있으려고."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에 젊은 가수들이 노가수의 업적을 기리며 헌사의 노래를 불렀다. 과연, 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 보는 공연은 지금껏 제타가 경험했던 VR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비니스트의 보컬, 아멜이 직접 나와서 노래를 부를 때는 저절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차에서만 듣던 예의 우울한 음색이 콘서트 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다. 제타도 그 무리에 끼어 한껏 감동을 누렸다. 아멜이 무대를 내려와 관객과 악수를 나눌 때는 아멜과 포옹하는 특권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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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앙코르가 끝나고 마침내 마지막 곡을 부를 차례였다. 아멜이 북받치는 감정을 잠재우느라 오랜 시간이 흘렀다. 관객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아멜의 마음이 곧 그들의 마음이었다. 아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인공 성대 덕분에 깨끗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바로 여러분들의 노래이자 우리 모두의 노래이고 또한 나의 노래입니다.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인생이여, 고맙습니다." *
마지막 곡은 '해가 물에 잠길 때'였다. 은은하고 빨간 조명이 무대와 객석을 비췄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제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괌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는 노래를 부르며 프레야를 떠올렸다. 그가 열세 번째로 조우한 피코이자, 처음 만난 피코였다.
*칠레의 민중가수 '비올레타 파라'가 죽기 전 마지막 공연에서 그녀의 노래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하며)의 가사 중 일부를 인용해서 건넸던 인사말. <끝>
*제목은 연재를 위해 편의상 붙인 것으로 원 작품엔 부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 공모전 우수상 작품 '코로니스를 구해줘'는 돌아오는 주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