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연봉제, 공기업식 강행 대신 노조 합의 이루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6.09.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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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노, 공기업 성과연봉제 무효 가처분 신청…시중은행, 법적분쟁 피해 노조 합의 시도

은행 성과연봉제, 공기업식 강행 대신 노조 합의 이루나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국 개별 노사 간 합의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총파업 이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노) 투쟁 동력이 떨어진 만큼 시중은행별 노사 협상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노조와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기업들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노조 합의를 전제로 한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은행별 노사 협의가 대형은행들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지부별 노사 협의를 시작한 곳도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장은 "사용자협의회 탈퇴 후 노조 측과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며 "지부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사측 역시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온 만큼 올해 내 연봉제와 성과급 비중 확대 등이 은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성과연봉제, 공기업식 강행 대신 노조 합의 이루나
다만 금융공기업처럼 노조와 합의하지 않고 사측이 이사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식이 시중은행에선 지양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들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 선례를 따르는 데 사외이사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다.



금노가 앞서 노조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키로한 금융공기업들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제소키로 한 것도 고려 요인이다. 특히 금노는 본안 소송 뿐아니라 가처분 신청도 병행하기로 최근 방침을 바꿨다. 금노가 다음달 초 제기할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당장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 가능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노의 경우도 개별 은행의 협의를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 금노 소속 공기업중 유일하게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금노에서 탈퇴당한 주택금융공사 노조 사례가 있지만 이를 시중은행 노조에도 적용하긴 쉽지 않다. 총 10만 명인 금노 중 조합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1만6987명)을 비롯, 우리은행(1만1330명), 신한은행(9970명), KEB하나은행(옛 하나 680명, 옛 외환 5602명) 등 4대 은행 인원만 전체 금노의 절반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처럼 상대적으로 임금체계에 성과주의 요소가 많이 반영된 곳의 노사 합의가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성과주의가 경쟁사에 비해 덜 반영돼 있는 국민은행 등은 노사간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호봉제를 완화시키는 페이밴드(기본급 인상 상한제)를 전직원에 도입했지만 국민은행은 2014년 11월 입사자부터만이 적용된다. 또 신한은행은 부지점장급 이상에 사실상 연봉제가 적용되지만 국민은행은 전문직군을 제외하곤 임원들만 연봉제 적용을 받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기업은 기한 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예산에 받을 불이익 등 때문에 노조와 합의가 힘들었던 측면이 있다"며 "시중은행은 이 같은 제약이 없기 때문에 노조와 협의할 여지가 공기업보다는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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