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매력 높다"..총알 든 사모펀드 우리은행 대거입찰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백지수 기자 2016.09.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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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IMM PE·H&Q 등 우리은행 지분 예비입찰 참여…저PBR에 의사결정 구도 개선 매력 '주목'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외 사모펀드(PEF)가 대거 참여했다. 현재 주가가 보유자산대비 저평가 상태인데다 의사결정 구조가 개선될 경우 기업가치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매력이 높다는 평가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LOI(투자의향서)를 접수받은 결과 총 18곳의 후보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한앤컴퍼니, IMM PE(프라이빗에쿼티),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보고펀드 등 국내 사모펀드와 CVC캐피탈, 오릭스PE, 베어링PEA,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해외 사모펀드가 이름을 올렸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 아닌 일부 지분 인수 거래에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모펀드의 경우 기업 인수 이후 원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바이아웃 딜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사모펀드 운용사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대거 참여한 이유는 투자매력이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가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으로 낮다. 더구나 지분 매각 이후 이사회 구성이 달라질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선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주가가 정상화된다는 가정 아래 PBR이 0.8배 수준으로만 올라가도 2배가량의 투자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또 최근 국내에 사모펀드가 참여할 만한 대규모 M&A(인수합병)가 많지 않다는 점도 우리은행 지분 인수가 흥행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경우 후보자가 4~8%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이날 종가 기준 3069억~6138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미 수천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사모펀드의 경우 최근 펀드 자금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 지분 인수가 하나의 투자 대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또 지분을 4%씩 인수할 경우 8곳의 후보자가 인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점도 사모펀드의 구미를 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국민연금 측은 이날 마감한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PEF를 통해서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운용사 중 국민연금의 출자로 펀드를 조성한 곳이 해당 펀드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투자자는 이달 말부터 매수자 실사 기회를 부여받는다. 오는 11월 입찰을 마감하고 낙찰자를 선정하는 등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국내 한 사모펀드 대표는 "우선 우리은행 주가가 낮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지배구조가 개선될 경우 우리은행의 가치가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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