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높이를 조정하니 재취업 활로가 열렸다
재취업 시장에서 50대 중반의 나이는 쉽사리 넘기 어려운 장애였고, 김씨의 고스펙 또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창업을 해볼까도 했지만 자금문제로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이인숙 전경련 일자리센터 선임컨설턴트는 "최근 들어 채용기업의 제시연봉과 중장년 구직자들의 희망연봉과의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봉수준에 연연하기보단 공백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취업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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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업무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재취업의 지름길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건설사를 거쳐 중견건설업체 임원에 이르기까지 23년간 건설업에 몸을 담아 온 이현철(가명·55세·남)씨. 거세게 불어 닥친 건설 불경기로 50세라는 이른 나이에 예기치 않게 퇴직하게 되었다. 어렵지 않게 다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재취업시장의 한파는 매서웠다.
5년간 이력서를 제출한 것만 해도 수 백 건에 달했지만 좀처럼 면접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수도 없이 "이제 그만 구직을 포기하고 구멍가게라도 열어야 하나?" 하는 갈등이 있었지만 평생 걸어 온 건설인의 길을 여기에서 접을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기를 여러 번.
이씨는 "세상에 내가 일할 자리는 분명히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구직노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작년 말 전경련 일자리센터에 구직등록도 했다.
올해 3월 전경련 일자리센터에 채용을 의뢰한 한 중견건설업체에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업무경험이 많고 조직관리가 가능한 중장년을 채용하겠다는 채용조건과 이씨의 경력은 딱 맞아 떨어졌다. 이씨는 "그동안 대기업에서 쌓아온 업무노하우를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에 하나하나 접목해 성과를 배가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경련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재취업 할 때 자신이 다년간 경험해 온 경력을 살려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반증되고 있다"며 "특히 사무직의 경우 75.2%가 경력을 살려 사무직으로 재취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실패란 있을 수 없습니다.”
금융사에서 31년 재직 후 정년퇴직한 나용수(61세·남)씨의 말이다. 나씨는 퇴직 후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제2금융권과 같은 동종업계로 재취업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금융권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퇴직을 한 나씨를 받아 줄 회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나씨는 무작정 구직활동을 하기보단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평소 강의체질이라는 말을 들어왔던 나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씨가 주목한 곳은 산업체 우수강사였다. 직장경험을 살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금융관련 강사로 지원한 결과, 지방의 한 특성화고교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이후 약 3년간 금융관련 산업체 우수강사로 근무한 나씨는 최근 또 한 번의 전직을 했다.
올해 3월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노후설계 상담사로 재취업한 것이다. 어르신 대상으로 주택연금, 노후설계, 연금관련 강의 등을 하고 있다.
업무전문성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많지만, 이렇게 궤도수정을 해서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상당수에 이른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이 과거 직무와 다른 미경험 직무에 도전해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도 거의 40%에 달했다.
배명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퇴직이후 우왕좌왕하기보다 ‘1日 1社 지원하기’와 같은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퇴직 후 위축되지 말고 지인을 만나 취업정보를 탐색하는 등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전반적인 경기 흐름, 업황 등을 고려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취업을 희망하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는 누구나 전경련일자리센터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무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