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처' 된 안전처…7일 전과 똑같았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6.09.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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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4.5여진에 긴급재난문자 늦고 홈페이지 또 먹통…지자체 등 탓으로 떠넘기고 국민 불안 키워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17일 오전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청을 방문해 경주시 관계자들로부터 지진피해 수습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2016.9.17/뉴스1<br>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17일 오전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경주시청을 방문해 경주시 관계자들로부터 지진피해 수습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2016.9.17/뉴스1


국민안전처가 지난 12일 경주 '강진'을 겪고도 19일 규모 4.5 여진 발생 때 똑같은 부실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14분이나 늦었고 안전처 홈페이지는 또 다시 '먹통' 상태가 됐다.

앞서 안전처는 지난 12일 저녁 7시 44분 발생한 규모 5.1의 1차 지진과 저녁 8시 32분 발생한 규모 5.8의 2차 강진 대처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첫 긴급재난문자는 8분 뒤에야 발송됐고, 통신 사고로 2차 강진 땐 1200만명이 아예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홈페이지엔 접속자 4만4000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3시간 동안이나 접속할 수 없었다.



당시 늑장·부실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뒤 안전처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안전처는 홈페이지 처리용량을 80배 늘리고, 재난문자 발송시간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진이 발생한지 7일 뒤인 19일 저녁 8시 33분에 발생한 규모 4.5 여진에 대한 안전처 대응은 여전히 부실했다. 재난문자는 경주지역엔 지진발생 5분과 8분 뒤 두 차례에 걸쳐 발송됐지만, 인근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지역 주민들은 지진 발생 14분 뒤인 8시 47분에야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번 경주 첫 지진보다 오히려 6분 더 늦어진 것이다.



20일 오전 6시 기준 피해신고가 접수된 현황을 보면 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늦게 보낸 울산에선 주택균열이 3건, 마당균열 2건, 담장파손 1건이 발생했고, 대구서도 주택균열 2건이 생겼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14분간 떨 수 밖에 없었다.
경북 경주서 규모 4.5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19일 밤 9시 30분 기준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사진=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캡쳐경북 경주서 규모 4.5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19일 밤 9시 30분 기준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사진=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안전처는 경주시 요청에 따라 재난문자를 먼저 보내느라 타 지역에 대한 발송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경주시가 지진을 제일 먼저 감지해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달라 요청했고, 이걸 처리하느라 14분이나 늦어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으면 안전처가 지진 발생 8~9분 뒤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리용량을 80배 늘렸다던 안전처 홈페이지는 이번에 접속자가 5만여명이 몰리면서 다시 '먹통'이 됐다. 안전처는 논란이 불거지자 행자부 통합전산센터서 통보 받은 내용이라며 발을 뺐다. 안전처 관계자는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CPU는 4배, 메모리는 8배로 홈페이지를 증설했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증설 뒤엔 접속자 6만9000명도 처리가 됐는데 또 먹통이 되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처가 '재난컨트럴타워'를 자처하며 출범했기 때문에 소관 부처나 통신사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시 발생할 상황까지 예측해 대비하고 조정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기 때문이다.
9·12경주 지진 발생 8일째 19일 오후 8시33분쯤 경북 경주 서남쪽 11㎞ 지점에서 규모 4.5 지진의 지진이 발생했다.경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두산 더 위브 제니스(44층) 입주자들과 인근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장량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와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있다.2016.9.19/뉴스19·12경주 지진 발생 8일째 19일 오후 8시33분쯤 경북 경주 서남쪽 11㎞ 지점에서 규모 4.5 지진의 지진이 발생했다.경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두산 더 위브 제니스(44층) 입주자들과 인근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장량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와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있다.2016.9.19/뉴스1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는 실정이다. 경북 지역의 한 주민은 "비슷한 부실대응이 반복되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는지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진만 신경쓰기도 힘든데 개선책을 확실히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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