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당국, 은행에 "한진 계열 여신 파악해 보고하라"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6.09.19 18:40
글자크기

한진해운 제외 4.5조, 대한항공 4조…한진그룹 압박용 해석…금감원 "건전성 점검 차원"

금융당국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 35개사 전체에 대한 여신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진그룹 계열 여신 규모는 한진해운을 제외하고도 4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주력사인 대한항공 여신 규모만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대한항공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시중은행에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계열에 대한 여신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의 여신 현황을 파악해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시중은행들은 한진그룹 여신 규모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달말 기준으로 한진그룹에 제공된 여신 규모는 8조원 남짓이다. 이중 한진해운 몫인 3조5000억원을 제외한 여신 규모만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여신액 중 한진해운을 제외하고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여신액이 4조원이라는 의미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 대부분의 국책·시중 은행들이 한진그룹의 채권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감원 지시와 별개로 내부적으로 한진해운 모회사인 대한항공 여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이미 판단하고 있었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지지부진한 한진해운 사태를 풀기 위한 압박용으로 ‘한진그룹에 대한 여신 파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지원을 거부하는 등 한진해운 물류사태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한진그룹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시중은행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그룹) 대주주가 이 문제(한진해운 사태)를 풀라는 게 정부 생각인 것 같다”며 “채권단이 한진해운보다 더 많은 금액의 여신을 대한항공에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약속한 600억원 지원안을 논의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지원안은 부결됐다. 금융당국은 대한항공의 담보 또는 무담보 지원보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금융당국은 “건전성 점검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진그룹 계열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시중은행에 한진그룹 계열에 대한 여신 현황 점검을 당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