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캐딜락 CT6, 美 세단의 지독한 현실주의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6.09.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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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6/사진제공=GM코리아캐딜락 CT6/사진제공=GM코리아


미국은 세계 대표 자동차 강국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대형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선 독일계 기업에 밀려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대형 세단 시장에선 메르세데스-벤츠(S클래스)·BMW(7시리즈)·아우디(A8) 프리미엄 독일차 '빅3'가 견고한 성을 쌓아놓은 듯 위세가 높았다.



그러나 미국 고급차의 상징 캐딜락이 그 아성을 깨고 옛 영광을 되찾고자 새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 'CT6'다.

캐딜락은 대형차 선호도가 유독 높고 취향이 까다로운 한국 수입차 시장을 CT6의 시험대로 삼았다. 일단 초기 반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사전계약만 400대를 넘어섰다. 캐딜락 수입사 GM코리아조차 이 '사상 최고 기록'에 놀라워하는 눈치다. 판매 열기의 배경에는 CT6의 우수한 품질도 있겠지만 특유의 현실주의도 한몫했다.



캐딜락 CT6의 국내 판매가는 7880만원(프리미엄) 부터 9580만원(플래티넘)까지다. "벤츠 중형세단 E클래스의 가격으로 S클래스의 가치를 주겠다"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 헛된 자존심만 내세우기보단 지극히 솔직하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으로 탈환 전략을 짠 셈이다. 그 철학 조차 다분히 '미국적'이다.
캐딜락 CT6/사진제공=GM코리아캐딜락 CT6/사진제공=GM코리아
일단 그 가치를 직접 체감해 보기 위해 CT6 운전석에 올라탔다. CT6는 역시 미국차 답게(?) 체격이 크다. 기존 ATS(준중형)이나 CTS(중형)도 동급에 비해 외관이 우람해 보이는 편이었는데 CT6 역시 대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직선을 강조한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명품성을 부각시켰다.

실내공간 역시 플래그십 모델답게 여유로웠다. 천연가죽·원목·탄소섬유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급감을 더했다. CT6 전용으로 튜닝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의 34개 스피커에선 콘서트홀 같은 생생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인천 영종도에서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봤다. 큰 덩치가 주는 편견과 달리 주행감은 부드럽고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CT6 차체의 총 64%에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된 영향이다. 독일 경쟁 차종에 비해 최대 100kg 이상 무게가 덜 나간다는 게 캐딜락 설명이다.


가속도를 내도 흔들림 없이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힘차게 치고 나갔다. CT6는 신형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kg·m의 성능을 첨단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전달한다.

대형 세단이라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코너링도 민첩한 편이었다.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을 탑재해 주행시 뒷바퀴가 앞 바퀴와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꿔 저속 주행에서도 회전 반경을 약 1m 줄여주기 때문이다.

360도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을 비롯해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전방 추돌 경고 △전방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도 운전 편의도를 높여줬다. 연비(복합 공인기준 8.2km/리터)와 불편한 내비게이션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았는데 퍼스트 클래스 같은 편안한 공간이 마련됐다. 오너-드리븐은 물론 쇼퍼-드리븐 용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실용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총체적 인상이다. 캐딜락의 대담한 도전이 독일차 일변도 수입 대형차 시장 판도 변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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