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8월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분수에서 한 어린이가 더위를 피해 물을 맞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내년도 기상청 예산이 올해보다 오히려 줄어 새 사업을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와 예산 협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예산 당국도 예보 부문에 별다른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부문은 기상 연구다. 내년도 기상 연구 예산은 1079억원으로 올해 대비 375억원 감소했다. 2018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기상 위성 '천리안 2호' 사업 중 덩치가 가장 큰 탑재체 개발이 완료되면서 관련 예산 역시 줄었다는 설명이다.
예보의 기초가 되는 기상 관측 예산은 751억7600만원으로 19억3100만원 증가했다. 표면적으론 늘었지만 대부분 오래된 자동기상관측 장비 교체 예산이다. 고급 관측시스템인 기상레이더 예산은 83억7400만원으로 올해보다 41억7400만원 감소했다. 지난해 기상레이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기상청은 7~8월 장마와 폭염을 맞아 연이어 오보를 낸 이유로 △유례없는 기상이변 △수치모델 예측성 저하 △예보관 사전학습·심층연구 부족 등을 꼽고 지난달 29일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예보관 인력을 현행 대비 75% 확대하고 근무체계 개선, 교육 강화 등으로 예보 실력을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10년 이내 우수예보관 인력 풀 100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전문인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중·장기적으로는 2019년까지 한국형 날씨 수치예보 모델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반도 지형에 따른 기후특성을 예측해 10년 이내 강수예보 정확도를 현재 92%에서 9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잡았다.
이 대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기상청이 예상한 총예산은 300억~400억원이다. 중·장기대책 예산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예보관 인력 강화 사업에 필요한 내년도 예산이 문제다. 정부 부처별 예산안은 이미 기재부를 떠나 국회로 넘어갔다.
결국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대책은 추진하기 힘들고 면피용 대책을 급조했다는 일각의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년 예산은 올 초에 이미 정해져 기상청 추가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면서도 "문제사업이나 현안사업은 추후 국회에서 예산을 요구할 수 있어 예산 당국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청 기대와 달리 예산 확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예산안을 더 이상 수정할 수는 없다"며 "환경노동위원회 등에서 예산심사를 할 때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정부 안은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