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안보 정치

머니투데이 박소연 진상현 오세중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08.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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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사드·핵잠수함…대선 앞두고 '안보 이슈' 쏟아진다
[런치리포트]안보 정치


새누리와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사실상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가운데 안보 이슈가 풍년이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각 당과 후보들의 '안보정치'의 시동이 걸리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정국을 집어삼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미가 지난 7월13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로 전격 결정한 이래 사드는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당초 오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즈음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몇달을 앞당겨 발표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거론된 지 2년여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배치결정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온 국민과 정치권이 찬반 양론으로 갈리는 등 논쟁이 과열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해 1층 대강당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스1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1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해 1층 대강당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스1


사드 이슈가 안보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야당은 다소 난감한 선택지에 놓여있다. 정부의 조속한 배치 결정, 안전·환경 문제, 무기의 군사적 효용성, 외교적 손해 등 다양한 이유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더라도 '안보 무능'으로 몰릴 수 있고 일부 '색깔론'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 '사드 반대'를 외치며 국회 동의를 요구해온 국민의당·정의당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수권정당으로서 외연 확장을 꾀하고자 한 전략이었으나, 내부 반발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추미애 당대표가 '선명한 야당'을 내세우며 사드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것이 대선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은 '핵무장론'을 내세우며 안보 정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오랜 '핵무장' 주장은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원 의원이 주도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핵포럼)'은 지난 28일 "핵잠수함을 배치해 북한의 SLBM 도발을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핵잠수함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고, 같은 날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핵잠수함 보유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다소 진전된 입장을 밝히면서 '핵무장론'은 단기간에 급부상했다. 동맹국인 미국의 반발로 실제 핵잠수함 도입은 쉽지 않단 예측이 많지만 '핵무장' 이슈는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핵 포럼' 소속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사진=뉴스1 '핵 포럼' 소속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사진=뉴스1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과 최근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등 연이은 엘리트층의 망명은 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 체제 균열'을 연이어 언급하는 밑바탕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북한 체제 동요 가능성'을, 24일 '김정은 성격 예측 어렵다' '북한 위협 현실화' 등을 언급한 데 이어 2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다음달 초 '한국형 모병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권 '잠룡'들은 각기 안보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군 인력 수급 문제와 고질적 군 인권 문제는 언제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이슈란 점에서 향후 이슈화 될 가능성이 많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급변하는 동아시아 안보지형 속에서 국제문제에 우위를 지닌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정권에서 대북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통일 등이 주요한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 당과 주요 대권 후보들간 '안보 정치'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드, 극과 극인데' 제3지대론, 안보관 차 극복할까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5.19/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5.19/뉴스1
여야 제1당 지도부가 각각 친박(친 박근혜), 친문(친 문재인) 등 주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3지대’ 세력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또는 별개의 제3지대에서 여야의 비주류 주자들이 뭉치는 형태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각 당의 비주류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탈당에 대한 부담, 상이한 정치 기반 등 따져봐야 할 손익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안보 이슈에 대한 시각차다. ‘격차 해소’ ‘약자 보호’ 등 정책적으로는 여야의 비주류들의 유사성이 높지만 안보에 있어선 노선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3지대를 자처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면서 공공연하게 호감을 표시해왔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의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 유 의원은 대표적인 사드 찬성론자다. 비단 사드 뿐 아니라 안보에선 누구보다 강경한 보수를 자처한다. 유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사드 반대 입장에 대해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안보에 있어선 보수라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현안 대응 과정에서 색깔이 많이 퇴색됐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여권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안보에 있어선 철저히 보수다. 사드 배치에 찬성했고 개성공단 중단 때도 정부의 조치를 옹호했다. “안보는 국가 국민 생존이 달린 문제로 현안과 비교될 수 없는 최우선순위 핵심사안”이고 “안보강화를 위해서라면 불편함과 불이익이 있어도 감내해야하고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여권의 다른 잠룡으로 야당과 연정까지 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등 안보 문제에선 여권 주류와 시각차가 크지 않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사드 배치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안보라는 큰 틀에서는 역시 다른 여권 주자들과 생각이 비슷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16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에 참석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6.6.23/뉴스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16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에 참석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6.6.23/뉴스1
제3세력을 규합해 낼 만한 ‘내공’을 갖춘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안보 이슈에 대해선 보수색이 강한 편이다. 더민주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야권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는 야당 대표 등을 거치면서 안보에 관한 한 여권 주자들과 색채가 달라졌다. 자기 색깔이 강한 김종인 전 대표와 '한 배'를 타게 될 경우 안보에서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야권 지지세를 업어야 하는 손 지사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안보 스펙트럼과 안보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민감도, 대선 국면에서 기존 정당들의 선명성 경쟁 등을 감안할 때 안보관 차이가 '제3지대론' 현실화에 상당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제3지대론이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걸림돌이 많다”면서 “안보관 차이도 상당히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보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만큼 제3지대 통합에 안보관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팀장은 “북한에 대해서 강경하다는 쪽도 흡수통일식 붕괴론 등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건 아니다"면서 "다른 이유로 제3지대가 안될 수는 있지만 안보 차이 때문에 될 것이 안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AL 폭파 사건부터 '총풍' 등 이른바 '북풍'과 대선


[런치리포트]안보 정치
19대 대통령 선거를 1년 4개월여 앞두고 안보 이슈가 정국을 끌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수차례 이어진 미사일 도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성공, 북한 고위급 간부의 탈북, 한반도 안보를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 논란까지 연일 안보 공세로 국내 여론은 '사분오열' 갈등에 치닫고 있다.

과거 대선이 가까워질 수록 이 같은 안보 이슈는 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했다.

보수여당 입장에서는 대선 뿐 아니라 총선에서 북한이 우리 남한 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북풍'의 혜택을 받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안보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보수세력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정당의 위기 탈출구 역할을 했던 '안보몰이'는 때로는 역풍을 맞아 야당에게 승리를 내주기도 했다. 다만 15대 대선 이후 '북풍'이라는 이슈는 과거보다 훨씬 약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어찌 잊으리오...'KAL 858 폭파' 와 김현희 압송


1987년 11월 29일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진 대한항공 858편.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공작원 김승일, 김현희에 의해 폭파됐다고 밝혔고, 음독자살 시도 후 살아남은 김현희는 빠르게 국내로 압송됐다. 탑승객 115명 전원 사망.

현재까지 KAL 폭파 사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이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해 12월 13대 대선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두환 정권 이후 군사정권 종식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KAL 폭파'라는 '북풍'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불안 요소를 키우며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 했고, 노 후보는 당선됐다.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0월 6일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5여명을 간첩 혐의로 구속하고 수백여명을 적발한 사건이다.

당시 안기부는 "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중이다"라고 발표했다.

안기부가 발표한 '중부지역당' 사건은 당시 평민당 후보 김대중의 비서가 관여됐다는 사실이 유포됐고, 여당 총재였던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북풍'의 역풍...'총풍 사건'과 '오익제 편지 사건'

북풍의 절정은 1997년 15대 대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각종 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이 같은 북풍을 노린 선거 승리전략이 역풍으로 작용하면서 이후 북풍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1997년 12월 제15대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북한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총풍'사건이다.

또 그 해 8월 월북한 오익제 전 새정치국민회의 고문이 대선 직전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에게 '북한 정권에서도 김대중의 대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오익제 편지 사건'도 있다.

1997년 대선 3주 전인 11월 말에 오익제 편지를 발견한 안기부는 12월 5일부터 편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고, 12월 12일 오익제가 평양방송에 출연해 자신과 김대중 후보의 친분을 과시하며 '고마운 김대중'이라는 언급을 녹음해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밖에도 그 해 대선 직전인 12월 11일과 12일 안기부는 해외에 체류 중인 재미교포 윤홍준을 시켜 김대중 후보가 북한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게 했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검찰 수사 결과 안기부 2차장 산하 203실의 주도로 이뤄진 조작임이 밝혀져 이대성 203실장을 비롯한 안기부 직원 5명과 윤씨가 구속됐다.

결국 이 같은 '북풍 몰이'에도 불구하고 조작 사건임이 밝혀지면서 김대중 후보가 39만 557표 차이라는 박빙의 승부로 승리를 거뒀고, 북풍의 쇠퇴가 시작됐다.

이후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북한바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와 당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의 장인을 둘러싼 '좌익 논란'이 다시 '북풍'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노 후보가 장인에 대한 '좌익논란'에 대해 '아내를 사랑해 결혼했다', '아내를 버려야 하나'라는 되물음으로 북풍을 정면 돌파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아울러 2007년 17대 대선 직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분위기 띄우기에 집중했지만 표를 얻는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7대 대선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이명박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안보 이슈, 내년 대선서 결정적 변수는 안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실질적 위협이 어느 때보다 증대하고 있고, 동북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안보 이슈가 부각하고 각 정당이 '안보 정치'를 펼치는 것은 대선과 무관하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남북 분단과 군사적 대치라는 특수한 한국의 상황으로 인해 역대 선거에서 북한 관련 이슈가 돌발적으로 발생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었으나, 내년 대선에서 안보 이슈가 결정적 변수가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오히려 과도한 안보이슈는 피로감을 높여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민생과 안보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이념싸움이나 '정쟁'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생산적인 안보정책 토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용철 한국 반부패 정책학회장은 "우리나라가 특수한 상황이다보니 대선 이슈를 의도적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있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 안보 이슈가 자연스럽게 대두된 것"이라며 "지금부터 이것을 대선 이슈로 가져갈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하는 경로를 밟을지는 각 대선캠프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이념 관련 이슈는 양쪽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권자들의 생각을 강제할 방법은 없으므로 어떤 이슈 제기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그것을 계속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정치문화나 규범이나 유권자들의 의식수준, 민주주의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배치반대 투쟁위와 성주군민들이 18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사드철회와 제3후보지 이전에 관해 토론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사드배치반대 투쟁위와 성주군민들이 18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사드철회와 제3후보지 이전에 관해 토론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안보 이슈와 관련, 소위 '북풍(北風)'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드 문제는 대북 문제인 것 같지만 정치외교적, 지역적 문제이기도 해 정치적으로는 미묘하게 됐다. 안보이슈가 집권당에 유리하다고 하는데 전쟁 피로감만 조성시킨다고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잘못 풀고 야당이 더 나은 안보전략을 가져오면 누구에게 유리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여전히 '색깔론'으로 갈 가능성은 있는데 사드는 그걸 넘어선 것 같다. 그렇게 돼야 지지층 결집에 좋지만 성주 배치 발표로 정부의 허술함이 이미 드러났고 사드는 주민들 경제·생활 문제와도 연관돼 반드시 여당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강정마을이 공사 시작 후 쑥 들어갔듯이 사드 배치 장소가 결정되면 잠잠해지고 사드 이슈는 내년 대선까진 가지 않으리라 본다"며 "과거의 북풍은 가만 있다가 북한이 총쏘고 그랬던 것인데 지금은 먹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지금 북풍을 이용한다는 건 합리적 근거에 바탕을 둔 주장이 아니며, 과거의 기억 속에 현재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이슈가 야당에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신 교수는 "야당은 과거 북풍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 극단주의(지지층 외연 확대보다 핵심 지지층 단합에만 집중), 배제전략으로 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NLL 녹취록 공개와 관련해서도 '안보 이슈 대응 미숙'이 아니고 '폭로 대응전략 미숙'에 의해 진 것"이라며 "안보문제에 있어 견제란 있을 수 없다. 김종인 대표의 사드 배치 입장은 적어도 '배제전략'은 아니었단 측면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안보이슈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각돼 생산적인 토론을 거쳐, 그 결과가 표심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대선 정국을 떠나 국제정세나 한반도 정세가 격변과 전환기에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로, 안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안보 논의는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열어놓고 초당적 토론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안보 목적 달성에도 바람직하며 사회경제적 민생 문제는 그것대로 밀고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안보의 위기상황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되는 건 대단히 중요하지만, 너무 주관적이거나 뻥튀기해 왜곡시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보 이슈가 한국 사회의 다른 문제와 다른 영역까지 가려 선거가 안보 논쟁으로만 가면 선거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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