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정부…일본식 주택 가격 폭락은 없다

머니투데이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2016.09.01 10:06
글자크기

[이슈칼럼]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 애널리스트

확고한 정부…일본식 주택 가격 폭락은 없다


8월 말 정부는 두 번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대응을 통해 주택시장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첫째는 8.25 가계부채관리방안이고, 두 번째는 8.29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2차 사업지 발표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주택 공급 축소와 임대주택 증대라는 점을 확고히 한 것이다.

8.25 가계부채관리방안에서 정부는 재고주택시장은 보합이나 신규주택공급 시장은 호조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정부는 신규주택 공급으로 장기적인 주택 수급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 주택 공급 감소를 위한 8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그 중 가장 시장에 각인된 정책은 LH공공택지 공급을 2015년의 6.9㎢에서 2016년 4.0㎢로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택지 2.9㎢의 감소는 주택공급 5.4만호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발표 즉시 언론에서는 공급감소를 통한 가격 부양이라며 쓴소리를 내놓았다.

나흘 뒤인 8월 29일 정부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2차 사업지'를 발표한다.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란 주택재건축/주택재개발에서 비 조합원에게 공급되는 일반분양 아파트를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가 일괄로 매입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기업이 일반분양 아파트를 모두 사버리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정비사업 방식은 2015년말 신설된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서 생긴 새로운 형태다. 2016년 2월 총 15개 사업지 2.4만호의 민간기업형 임대공급 물량을 선정한 후, 8월에 추가로 7개 사업지 1.1만호에 대한 물량을 선정한 것이다.

이 두 개의 대책은 '택지공급 축소와 분양공급 감소'로 요약가능한 8.25대책과, '민간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구도심 정비사업 활성화'로 대비된다. 아울러 이 두가지 대응방안은 현 정부가 2013년부터 지속해서 추진해 왔던 대책을 총 망라한 것이어서 시사점이 크다.

먼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공급축소'가 오래된 기조였다. 이미 2013년 4.1부동산대책과 2014년 9.1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신도시 공급중단과 신규택지공급 감소를 천명한 상태였고 택지공급 규모는 기존 정권의 1/4 수준 이하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2014~2016년 주택공급 확대는 주택시장 회복에 맞춰 '기 공급했던 주택용지'가 충분했기에 나타난 결과였고 이후 신규주택용지 공급 감소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2018년 전후로는 주택공급이 감소될 것이 예견됐다. 그런데 8.25 발표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한 것뿐이다.


정부는 신규 택지공급은 줄이겠다는 원칙을 고수하지만 구도심을 재생하는 도시정비사업에는 철저히 완화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주택재건축은 9.1대책을 통해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시켜 활성화시키고, 주택재개발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통해 사업성이 낮은 단지도 용적률 상승과 함께 사업성을 불어넣고 있다. 금번 신규공급되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의 거의 모든 형태도 주택재개발이다.

도시정비 사업의 활성화 주체는 현재까지는 '조합' 중심이었다면, 장래에는 '민간 기업형 임대사업자'와 '토지신탁회사'가 될 것이다. 또 '분양 중심'에서 '임대공급' 중심으로 패턴이 변화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책 속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일본식 주택시장 침체 및 급락론'은 설 자리를 당분간 잃어갈 것이다. 일본의 주택공급은 2013년 기준 인구천명당 473호에 달하므로 한국의 364호와 비교시 초과 공급됐다. 물론 주택가격이 공급만의 이슈는 아니지만, 일본의 주택은 확실히 성장성이 감소하는 기간에 과다하게 공급된 것이 사실이었고 하방압력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서울이 추가로 1.5개 더 있는 상태와 같았다.

현 정부가 주택시장에 냈던 정책은 8월 갑자기 바뀐 게 아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공급 감소와 임대주택 증대를 원했다. 그리고 이미 시장은 정부가 바라는 방향대로 흘러가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