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한진해운이 사는 법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6.08.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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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한진해운이 사는 법


한진해운이 30일 운명의 기로에 선다.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통한 회생이냐 법정관리를 통한 청산이냐다.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최선일까.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현대상선(최근 경영권이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의 전직 고위 임원에게 물었다.
"한진해운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대답은 간명했다.

"국가 전체적인 이익과 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살리는 길이 맞다". 과거 경쟁자였을 때는 들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는 국적선사로서 한진해운이 가진 경쟁력을 청산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산은이 대주주인 현대상선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약 20개인 해운사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해운기업 중 하나가 사라질 경우 수출 중심의 우리 해운 및 물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을 살려야 하는 당위성은 업계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려야 할까. 그 방법도 간단하다. 부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자기 몫만큼의 책임을 지면 된다.

한진해운의 이해 당사자를 보면 주주와 채권단, 경영진과 종업원 등이 있고, 더 넓게 보면 고객과 협력사들이 있다.

여기서 기업운영의 1차 책임자는 경영진이다. 경영진 중에는 전문경영인 외에도 기업의 대주주로서 오너 경영자도 포함된다. 상법상 전문 경영인과 주주는 법에 정해져 있는 범위만큼만 책임을 지면 된다. 그게 우리의 주식회사에 관한 법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기 마련이다. 한국 기업의 상당수는 산업 발전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민영화 기업이 그 예다.

특히 한진해운을 운영해오다가 채권단 공동관리체제 전환 전에 주식을 매도한 최은영 전 회장의 책임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산을 물려받은 유수홀딩스(구 한진해운)를 운영하며 여전히 한진해운 일감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화물운송 중개 및 대리업인 유수로지스틱스와 선박관리업인 유스에스엠, 육상물류인 한진로지스틱스 등을 통해 한진해운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진해운과 14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은 기업청산과 실직의 기로에 서 있지만,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산을 물려받은 시가총액 2300억원대의 유수홀딩스의 지분 50.88%(특수관계인 포함)를 가진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최 회장이 책임져야 할 몫이 있다.

선친의 유업을 물려받은 조양호 회장도 한진해운이 진정 살아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지분 등을 담보로 해 지원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상법상 책임은 없지만 '한진'그룹의 오너로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채권단은 한진그룹과 유수홀딩스가 이번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는 태도와 의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진해운 처리 이후 한진과 유수그룹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이번 조치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줬던 신규여신 중단과 기존 여신 연장 불가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주주들의 책임과 함께 채권단의 관리부실 책임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한진해운은 이미 2009년부터 주채권은행(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사사건건 주채권은행의 관리를 받았다.

2013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2조5000억 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2015년 이를 넘어섰지만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부실 관리의 공동책임이 채권단에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진그룹 가문(최은영 회장 포함)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 나머지는 채권단이 국가 해운산업 육성이라는 대의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 취재 중 '청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목이 잠긴 한진해운 직원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한진가(家)와 채권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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