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랐지만…美은행, 에너지업체 '외면'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6.08.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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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한 국제유가 탓…당국도 에너지업종 대출 모니터링 강화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밑돌았던 올해 초, 대출을 원했던 에너지업체들은 대부분 은행들로부터 문전박대 당했다. 이후 유가는 2월 저점대비 현재 80% 이상 반등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의심스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가는 올랐지만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에너지업체들에 대한 우려를 지속시킨 까닭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미국 대형은행들은 지난 2분기 에너지업체 대출을 3% 가량 축소시켰다. 원유 시추 및 생산업체들의 대출의 경우 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작은 중소은행들은 더 가파른 속도로 에너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 그린뱅코프는 이달 에너지기업 대출이 전체의 7%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창 때 그린뱅코프의 에너지분야 대출 비중은 전체의 80%에 육박했다. 그린뱅코프는 올해 초 이미 현재 에너지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신규 대출은 더 이상 실시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가파른 유가 변동성이 은행들의 불안을 지속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는 올해 2분기 약 26% 상승했지만 7월에는 다시 14% 하락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는 다시 14% 상승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지속했다.



규제 당국의 행보도 은행들의 우려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는 지난 3월 에너지업종 대출에 대한 규정집을 새로 내놓았다. 에너지기업들의 대출 및 은행들의 대출 비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OCC는 "에너지업종에 새 규제를 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은행들은 당국이 에너지분야의 위험성 및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더 높게 분류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은행들의 2분기 에너지분야 대출 중 디폴트 위험이 높아진 비중의 중간값은 42%로 집계됐다. 실제로 전체 에너지기업 대출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잠재적 손실을 우려해 64억달러(약 7조127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충당금으로 비축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분야 대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CIT그룹과 그린뱅코프의 경우 에너지업체의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을 줄이고 대출자산을 매각했다. US뱅코프와 코메리카는 2분기 동안 에너지업체 대출 비중은 약 11% 축소했다.


에너지업체들의 대출은 자연스레 어려워졌다. 정유업체 머피오일은 이달 총 2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려 했지만 18개은행 중 8개은행이 퇴짜를 놓았다. 결국 머피오일은 12억달러(약 1조3364억원)를 새롭게 대출 받아야 했다. 만기 연장이 안 된 대출은 내년 6월에 갚아야 하며 연장된 대출도 이전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 붙게 됐다.

물론 모든 은행들이 에너지기업들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JP모간의 경우 2분기 에너지기업 대출 규모를 오히려 3%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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